"코로나19로 긴급 상황이긴 하지만 추석을 맞아 고객들이 평소보다 더 찾을 것 같아 어려운 형편에 물건을 더 넣었는 데… 수건 하나 건지지 못하고 모두 탔습니다."　 5일 영덕군 영덕시장에서 만난 생활잡화 상인 A(68·여)씨는 코로나19로 꽁꽁 얼어 붙은 상경기에다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큰 불까지 발생해 `업친데 덮친격`이라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3시29분께 경북 영덕군 영덕읍 남석리 전통시장에서 큰 불이 발생해 79개 점포 중 49개 점포가 전소되고 30개 점포가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이 상가 2층 옥외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차량 3대가 전소되고 인근 주민 2명도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불은 2시간 30여분만인 이날 오전 5시 57분께 진화됐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영덕시장은 지난 1965년 개설된 상설시장으로 영덕읍 남석길 인근 부지 18674㎡, 건축연면적 5839㎡에 225개소 점포가 입주해 있다.　 생활잡화는 물론 영덕대게, 수산물, 건어물, 농산물 등을 취급하고 있는 영덕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이다. 　 이날 새벽 화재 소식을 듣고 달려온 건의물 상인 B씨는 "추석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데다 오늘이 4일(9일)장이 서는 날이라 어그저께부터 평소보다 물건을 2~3배 더 들여왔다"며 "불에 민감한 물건들이라 손 써볼 틈도 없이 불길이 번져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고 울먹였다.　 상인들은 "점포가 여느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데다 환절기와 상품 특성상 냉장고를 가동하는 업소가 대부분이라 불길이 한번 치솟아 오르자 손 쓸 겨를이 없었다"고 전했다. 　 수산물가게 상인 C(42)씨는 "대게와 생선, 새우, 소라 등을 각각 지난 주 수십 상자씩 들여와 냉장고와 수족관에 가득 채워 놓았는 데 이 것들이 모두 불에 타 추석 매목 장사는 이제 물건너 갔다"고 안타까워 했다.　 건어물가게 상인 D(66·여)씨도 "오징어, 명태, 문어 등 주로 추석 제수용품으로 쓰는 품목 위주로 평소보다 2배 이상 들여 놨는 데 불이 번지자 모두 한 줌 재로 변해 버렸다"며 말문을 닫았다.　 과일상도 마찬가지다. 추석을 맞아 사과와 배, 대추, 곶감 등 제수용품은 물론 제철을 맞은 포도와 복숭아 등을 대량 구입했는 데 이번 불길로 다 물러져 쓸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영덕시장에 입주해 있는 다른 채소상이나 잡화상들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대부분 점포가 강한 열로 허물어져 내려 들여왔던 제품들은 모두 쓸 수 없는 물건이 됐다. 화마를 피한 상품들도 열에 녹아 내려 쓸 수 없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인들은 군과 함께 영덕시장 인근 오십천 옆 둔치에 임시시장을 개장할 예정이지만 물건이 모두 타 버려 "현실적으로 추석 대목장은 포기해야 할 판"이라며 "그나마 사람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자조했다.　 정육점 주인 E(56·여)씨는 "추석 대목을 맞아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고기류를 평소보다 2~3배 이상 들여 놨는 데 모두 진열장과 냉장고 속에서 불에 탔다"며 "대목은 커녕 명절을 어떻게 날 지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희진 영덕군수는 "상인들이 화재로 인한 엄청난 피해로 망연자실하고 있다"며 "군은 경북도와 함께 정부에 피해복구와 안전진단 등을 위한 재난특별교부세 30억원을 요청하는 한편 상인들이 하루 빨리 영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