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 감나무 묘목을 한 그루 심어 놓는다. 나무가 자라면서 몇 개의 감이 달리기 시작하지만, 처음엔 혼자 먹기에도 부족하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그 감나무가 고목이 되면, 나무 한 그루에도 수 백 개의 감이 달리게 된다. 드디어 혼자 그 과실을 다 먹을 수 없게 된 감나무 주인은 그 감을 이웃과도 나누고, 심지어 날짐승들과도 나누게 된다.　 그렇다면 성장과 분배는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지 않은가? 즉, 성장하지 못한 유목(幼木)에서 분배가 일어날 수는 없지만, 성장이 곧 분배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성장과 분배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성장과 분배를 놓고 늘 다투고 있으니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일까? 더구나 그 감나무가 누구 집 정원 안에 있는 것이 아니고, 동구(洞口)나 마을 뒷산에 서 있는데, 그 나무를 누가 심었던 간에 묘목 한 그루를 심은 사람이 그 나무에 울타리를 치고, 개인소유를 주장하면서, 썩은 낙과(落果)나 하나씩 울타리 밖으로 던져준다면 어찌되겠는가?　 한국은 전쟁직후 세계 최빈국(最貧國)으로 모두가 가난하였다. 어느 누가 무슨 자본을 가졌기에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을까? 나만의 시각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 제 1세대 기업인들은 어떤 경우가 되었든 간에 모종의 특혜를 받은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 금융특혜, 행정특혜는 물론 심지어 탈법까지 용인하거나 관용 받는 특혜를 누리며 기업이라는 나무를 성장시켜왔다는 얘기다. 　 과거 수많은 노동자들이 그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일한 것은, 성장 후의 분배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없지는 않았을 터이다. 그런데 이제 나무가 고목이 되어 풍성한 과실을 거두게 되자, 나무를 심었던 사람이 창고를 짓고, 그 많은 과실들을 모두 갈무리한 채 다른 사람들에게는 낙과(落果)나 던져 주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전후(戰後) 처절한 굶주림을 체험했던 세대들에게는 그나마 낙과라도 얻어먹으며 배고픔을 이기게 해 주었던 그 거목을 베어버리거나 고사시키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자란 거목은 관리인이 바뀐다고 해서 쉬 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다수가 공유하게 되면, 더 많은 양의 질 좋은 과실을 분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깨닫게 될 것이며, 그 나무에 대한 다수의 관심과 애착이 높아짐에 따라 그 나무는 더욱 크고 건강하게 자랄 수도 있을 것이다.　 동네 입구에 서 있는 느티나무는 주인도 없고, 돌보는 사람도 없는 것 같지만, 거대한 고목으로 자라 그 마을 주민들에게 짙은 그늘을 드리워 준다. 거대 기업일수록 특정인의 사유화에 놓이는 것보다 사회적 공유기업이 된다면, `오우너 리스크`에서 벗어나 생태계에 더욱 잘 적응하는 건강한 기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제 가진 자들에 대한 분배 요구를 멈추어야 한다. 가진 자들의 탐욕을 절대로 제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지금은 분배요구보다 소유구조와 지배체제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옳다.　 태양이 수 십 억 년간 안정된 항성(恒星)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질량이 임계점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며, 만일 태양이 조금만 더 질량을 성장시켰다면, 자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붕괴되어 일찍이 어두운 블랙홀이 되고 말았을 것이라는 것이 현대 우주 물리학의 정설이다.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존재는 아무것도 없기에, 무한 경쟁을 통한 무한 성장은 결국 우리사회에 블랙홀을 만들고, 결국에는 우리 모두가 그 블랙홀의 중력에 끌려 들어가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거듭 말하지만, 분배는 성장과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며, 분배는 가진 자의 선행이 아니라 공멸을 피하기 위한 최후의 자구책임을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