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What is justice?) 라는 글로 유명한 미국의 석학 `마이클 샌델`이라는 사람과 현재 우리나라 여당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씨와 온라인 토론이 있었다. 　 코앞으로 다가온 여야(與野) 대선 후보들이야 이미 익히 검증된 사람들이라 그 사람들의 얘기에 새삼 큰 호기심을 가질 이유도 없겠지만, 외국인, 특히 명문 하버드 대학의 석학은 과연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조금은 있어, 잠시 하던 일손을 멈추고 토론방송을 끝까지 지켜보게 되었다.　 이재명 후보가 먼저 질문을 시작했는데, 오늘날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극심한 빈부격차 그리고 자본주의의 원리에 따른 무한 경쟁 체제와 기회 불공정이 과연 정의에 부합하는 것인지? 그리고 인류사에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운 대 전환기를 맞이한 이 시대에 정치의 역할은 무엇이며, 과연 우리 인류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낙관할 수 있는 것인지? 등이 질문의 요지였다.　 곧 `샌델`의 대답이 이어졌는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세계적 명성을 가진 대 학자라고 해서, 반드시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심오한 사상이나 논리를 가진 것은 아니며 듣기에 따라서는 지극히 원론적인 의견들뿐이라는 것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기대한 대답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이재명 후보가 재차 그에게 질문한다. 기회가 균등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개인 간 무한 경쟁은 형식적으로는 공정해 보일지 몰라도 실질적으로 공정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오로지 능력만으로 사람을 구분하여 승자(勝者)만 생존하고 패자(敗者)는 도태되어야 하는 작금의 인류사회 구조가 정의에 부합하는 것인지?　 역시 `샌델` 교수의 대답은 예측 가능한 것들이었는데, 이 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며,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고, 또 기득권들만의 리그를 제한하기 위해 사회적 신분을 결정짓는 명문대학 진학의 기회를 시험으로만 결정할 것이 아니라 추첨제도 등도 고려해볼 여지가 있다는 것 등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본 이번 토론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일생을 학자로만 살아온 사람들은 가진 지식의 깊이나 쌓아온 학문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어떤 패러다임의 함정에 갇히어 절대로 괄목할만한 창의적 발상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나는 그에게 질문하고 싶어진다. 추첨은 경쟁이 아닌가? 시험이 실력 경쟁이라면 추첨은 운(運)을 걸고 하는 또 다른 경쟁일 뿐인데, 왜 아예 경쟁 자체를 없애버릴 수 있는 발상은 하지 못하는가. 그 말이다. 　 99.9 퍼센트 동일한 DNA를 가진 `호모사피엔스`들이 모여 만든 사회에서, 왜 배려할 수 있는 사람들과 배려 받아야 할 사람들로 구분되게 되었을까?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이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들을 배려하거나 약간의 기회를 나누는 것이 정의라는 말인가?　 이제 여기서 비학자(非學者)인 나의 생각을 좀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생존을 하나의 게임으로 생각했던 게 아닐까? 즉, 게임에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인데, 승자의 세계에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게임을 멈추지 않는 한, 패자는 패자의 불행이 있을 것이요, 승자는 승자대로 불안한 만족을 잠시누릴 뿐, 아무도 완전한 행복에 이르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패자의 눈물로 지은 밥을 먹지 않아도 되는 삶, 즉 경쟁하지 않아도 생존이 가능한 삶은 그야말로 불가능한 인류의 꿈일까? 　 거대한 물의 바다 위를 표류하면서 단 한 방울의 담수(淡水)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며 싸우다가 죽어가는 모습이 현재의 우리라면, 우리는 이제 해수(海水)를 담수(淡水)로 바꾸는 방법을 찾을 수는 없는가? 그 얘기다. 　 내가 생각하는 정의(justice)란 그다지 형이상학적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