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축년 새해를 맞이했던 국민들 가슴에는 기대 이상의 희망과 포부로 저마다 각오와 결심이 특유했다. 전 세계인들의 고통과 고난 속에 번지고 있는 코비드-19의 극복과 질병의 종식을 간절한 심정으로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고진감래`란 모두가 바라는 소망이었다.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뜻인, 고생 끝에 낙이 옴을 믿고 있었던 까닭이다. 시간은 행·불행을 예견치 않고 한 장 남은 처량한 카렌다의 세월 속에 세모(세밑)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무심한 세월은 인간의 운명과 함께 모든 것을 빼앗아 간다. 행복한 사람은 시간에 관심이 적지만 청소년과 노년의 가슴에는 언제나 세월 위에 얹혀산다. 흘러가는 세월은 우리의 재보(재화와 보물)를 하나하나 강제해 간다.　 사기(史記)에 세월은 얻기 어렵고, 잃기는 쉽다. 도연명-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리고 시인이요 수필가인 금아 피천득의 `5월`이란 글에,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피력했다. 한 시조시인이 남긴 글 가운데 섬쩍함을 느끼는 옛 시조가 한 편 있다.　 어려서 집을 나가/ 늙어서 돌아오니/ 말소리는 변하지 않았으나/ 머리털은 희었구나/ 아이들이 마중나와/ 나를 맞으면서 어디서 오셨습니까? 하고 묻는다.　 이런 얘기를 두고 세월은 무상(無相)하다고 한다. 잊은 듯 미루다 항상 세월의 시간을 두고 무한한 것이라 거드름 피우다 게으른 자는 언제나 석양에 바쁘게 설친다. 세세연년은 제자리에서 끊임없이 매암돌다 사라진다.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우인의 머릿속엔, "소털같이 많은 날"에 내일이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미루는 습성을 자랑한다. 어릴 때 동화에서 배워왔던, 매미와 여치의 교만함을 우리는 일찍이 배워 온 교훈이 새삼스럽다. 한자에 쓰는 인간(人間)은 곧 사람을 두고 하는 말로 사람의 됨됨이로 잘못된 일을 쉽게 고치고, 후회하는 버릇을 공유한다. 　 `만물 중 영장에 속하는 가장 진보된 고등동물`로 지능이 높고 서서 걷는다. 말·연모·물을 사용하면서 문화를 만들어내는 사유하는 지력을 가진 사회나 집단의 구성원으로 자연인이다. 그러면서 이전에 스스로 행한 행위에 대해서 잘못을 뉘우치는 두뇌가 명석하고, 영묘한 능력을 가진 것으로 타동물과 구분이 된다.　 후회는 용서와 달라 잘못이나 죄를 꾸짖거나 벌하지 않고, 끝내는 것이다. 연초에 별난 계획을 머리에 담고 새 출발 한다고 용기와 희망을 앞세웠지만 한 장 남은 카렌다에 남은 것은 아쉬움과 괴로운 마음뿐이다. 마음은 여전히 허망하다.　 그러나 후회는 새로운 것의 도전이며, 자기 자신에게 내린 판결이다. 그러므로 회한(뉘우치고 한탄함)의 정은 득의(뜻을 이룸)했을 때에는 깊이 잠들고, 실의(의욕 상실)했을 때에는 쓴 맛을 더하는 것이다. 깊이 후회한다는 것은 새로운 삶을 산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후회해 보아야 소용이 없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후회한다고 결코 늦은 것은 아니다" 다소 무거운 말씀이지만, 후회는 회오(잘못을 뉘우치고 깨달음)에 대한 자만심의 대용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회오는 약한 마음의 미덕이다.　 우리가 약국에 가서 좋은 약은 살 수 있어도, 건강은 살 수 없고, 서점에 가서 좋은 양서는 사도, 지식은 살 수 없다. 환경이 좋은 집은 살 수 있어도 행복은 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후회는 수치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랑도 아니지만, 현명한 자에게는 내일을 보상받을 수 있는 영약이 됨을 깨닫는 지혜가 조속하다. 격언에서도, 미련은 먼저 나고, 슬기는 나중 난다. 지혜는 듣는 데서 오고, 후회는 말한 데서 온다.　 이제 가슴을 가다듬고, 제야의 종이 울리기까지 많은 후회스런 과거를 정리해 보는 시간이 저만치서 우리를 기다린다. 책장을 덮기 전에 중국 명나라 홍자성이 쓴 채근담에, "아직 이루지 못한 공을 꾀함은 이미 이룬 업(業)을 보전하지 못함과 같고, 지나간 허물을 뉘우침은 다가올 잘못을 막음과 같지 못하니라" 명심하고 싶은 말씀이다. 명년은 정말 좋은 해가 올 것이다. 임인년 범띠의 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