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한 해 쌓아 올린 역사가 된 연륜 속에는, 시간·나이·세월이 내포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시간이 쌓이면 나이가 되고, 세월이 쌓이면, 연륜이 된다는 것이다. 　 시간은 어떤 시각에서 다른 시각까지의 사이이고, 일정하게 정해진 때를 말한다. 그리고 철학의 견지에서는 과거로부터 현재·미래로 끊임없이 이어져 머무름 없이 규칙적인 빠르기로 옮아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것은 시간이다. 지구상에 살아있는 78억의 사람 누구에게나 차별없이 공정하게 나누어 가지는 것이 바로 시간이다. 그러나 비록 시간이 인간을 위해서 최대의 희생이지만, 시간은 인간의 생활을 지배하고, 모든 것을 삼키는 놀라운 마력이 있음을 경험한다. 　 그래서 금기사항으로 시간에 속지말라, 시간을 정복할 수 없다고 하며 인간이 소비하는 가장 가치있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교훈한다. 시간의 걸음에는 세 가지가 있다. 현재는 바람처럼 날아가고, 미래는 주저없이 다가오고, 과거는 저만치서 영원히 정지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에 마음을 쓰고, 재능있는 인간은 시간을 이용하는데 마음을 쓴다고 한다. 잘 애용하면 시간은 언제나 충분한 것이다. 짧은 인생은 시간의 낭비에 의해서 한층 짧아진 것이다. 　 대부분 철인들의 말씀에, 가장 비싼 낭비는 시간의 낭비라 한다. 미국의 정치가요 과학자인 벤쟈민 프랭크린은, "너희는 인생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인생은 시간으로 되어있다"고 역설했다.　 시간이 쌓이면 나이가 된다. 모든 생물에는 나이가 있다. 동물은 물론이고 초본은 꽃잎으로, 인삼-뿌리, 고목-나이테, 주목-몸체로 알고 물고기-비늘로 나이가 측정된다. 사람의 모습에도 연륜이 묻어있다. 얼굴에 새긴 이마의 주름살은 인생의 이력서요, 세월의 계급장으로 나를 알리는 간판이다.　 성서에, "나이와 함께 지혜가 자라고, 시간과 함께 지혜도 깨달음도 깊어간다"고 했다. 프랑스의 사상가 루소의 `인생론`에 인간 10세에는 과자에, 20세는 연인에, 30세는 쾌락에, 40세는 야심에, 50세는 탐욕에, 60세는 경험에, 70세는 추억에, 80세에는 환상에 의해 움직여지며 90세에는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후회한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의 나이에 이상이 생기게 된 수법에, 음식은 먹으면 줄어드는데 어째서 사람의 나이는 먹을수록 불어나는지 해답은 있어도 정답이 없음을 해괴하게 여긴다. 그러나 나이는 사랑과 같은 것으로 덮어 감출 수는 없고 공평하게 한 살씩 먹게 된다. 과거는 점점 더 늘어나고 미래는 점점 더 줄어든다.　 나이에도 마디가 있다고 한다. 혹자에 따라서 다변하다. 소년 시절에 중요한 것은 의지. 청년 때는 기지. 장년에는 판단이라 하고, 스물다섯까지 배우고, 마흔까지 연구하고, 예순까지는 성취하라 했다. 　 어떤 심리학자는 남자는 나이를 먹으면 감정에 표시가 나고 여자는 늙어감에 따라 얼굴이 나이를 먹는다고 한다. 한 사회학자는 스물 전에 아름답지 못하면, 서른 전에 강하지 못하면, 마흔 전에 돈을 모으지 못하면, 쉰 전에 현명하지 못하면 살아온 과정에 낭패가 있다고 했다.　 중국 송나라 성리학자 주자(주희)의 `면학시`가 인간의 세상사를 함축하고 있다. 성년도, 새벽도 두 번 다시 올 수 없고, 때에 맞춰 최선을 다하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고 했으며 시간을 아끼라고 훈화하였다. 흘러가는 세월은 우리의 재보를 하나씩 빼앗아간다. 　 많은 연륜을 쌓은 노학들에게 경험과 덕교를 배우면 삶의 지혜가 그 가르침에서 온다. 세월은 자본금. 선용하는 자가 승리한다. 세월을 겪은 늙은 호박과 홍시가 달고, 오래된 포도주와 된장이 진미라 한다. 사람은 이제 나이들었다고 느끼면 벌써 만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