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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식 인문학칼럼] 쇼팽의 첫사랑과 피아노 협주곡 - 경북신문
피아노의 시인 프레데리크 쇼팽(1810~1849)을 기념하기 위해 4년마다 쇼팽 콩쿠르를 개최하고 있다.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세계 최고 콩쿠르 중의 하나로 5년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최되고 있다.   쇼팽 콩쿠르가 우리에게 낯설지 않게 다가온 것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15년 17회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피아니스트들은 오로지 쇼팽의 곡들만 연주한다. 세 차례에 걸친 예선 무대에서는 쇼팽이 작곡한 발라드 녹턴, 스케르토, 프럴류드 등을 연주한다. 마지막 결선 무대에서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 두 곡 중 하나를 선택해서 연주해야 한다.   `피아노 협주곡 2번 F단조` Op.21 과 `피아노 협주곡 1번 E단조` Op.11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은 쇼팽이 스무 살에 완성한 아름다운 선율의 곡이다. 그의 천재적 재능이 잘 드러난 작품들이다. 피날레 곡으로 지정된 이 협주곡은 쇼팽의 안타까운 첫사랑 이야기가 숨어 있다. 첫사랑의 여인 코스탄차 글라트코프스카에게 바치는 고백이자 사랑의 노래이기도 하다.  1929년 쇼팽은 같은 바르샤바 음악원에서 성악을 공부하는 콘스탄차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린다. 소심하고 용기 없던 쇼팽은 그녀와 친해지고 싶어 그녀가 노래할 때 피아노 반주를 해주기도 했지만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보지 못한 전형적인 짝사랑이었다. 바르샤바 국립극장에서 한 무대에 서서 공연도 같이했다. 무대가 끝나고 그는 그녀에게 반지를 선물했고 그녀는 머리에 꽂고 있던 장미 리본을 빼서 쇼팽에게 건네주었다. 그녀의 장미 리본은 20년 후 쇼팽의 유품에서 발견되었는데 얼마나 그녀를 좋아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의 친구 티투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잘 드러난다.   "나는, 드디어 나의 이상형을 만났다네. 하지만 아무런 말도 못한 채 벌써 6개월간 끙끙 앓고 있어. 나는, 종종 그녀의 꿈을 꾸지. 그리고 그녀에 대한 상상 속에서, 나의 새로운 협주곡의 아다지오 악장을 작곡했다네"(쇼팽의 친구 티투스 보이치코프스키 에게 쓴 편지 중에서)   그녀를 이야기하며 피아노 협주곡의 1번 협주곡 2악장을 언급하고 있다. 쇼팽은 오늘 만큼은 고백을 해야지 결심을 하였지만 끝내 사랑 고백을 하지 못하고 조국을 떠나고 만다. 공교롭게 그녀와의 공연이 마지막 고국에서의 공연이었다. 이후 폴란드는 혁명이 일어났고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첫사랑에 대한 아쉬움들은 곡으로 만들어 졌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녹턴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당사자인 콘스탄차 또한 쇼팽이 다가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그녀의 일기장에서 엿볼 수 있다. "프레데리크는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는 나와 눈동자를 맞추고 있었다. 나의 눈시울은 젖어 있었다. 극적인 순간이 다가올 것인가. 나는 숨을 죽이고 그 순간을 기다렸다. 백마디 말보다 뜨겁고 진한 동작을. 내 입술을 덮어줄 따뜻한 키스를. 그러나 그의 입술은 다가오지 않았다" (콘스탄차의 일기중에서)   그녀 또한 쇼팽에게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숫기없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쇼팽을 어찌 탓할 것인가 이 세상 모든 첫사랑은 짝사랑이 대부분이며, 그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마디 말도 못 꺼낸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첫사랑들은 노래가 되고 음악이 되고 그림이 되는 것이 아닐까? 세상의 모든 첫사랑은 예술학교 선생님들이다.  쇼팽은 사랑의 기쁨보다는 슬픔이 익숙했고, 절망할 때마다 더욱더 작곡에 매진했다. 그가 느낀 씁쓸함과 그리움들은 고스란히 녹아 음악 속으로 흘러들었다, 그의 노래는 혼잣말이자 간절한 고백이었다. 사람들이 쇼팽의 피아노곡을 좋아하는 이유가 쇼팽의 마음을 읽어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병약했던 쇼팽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폐결핵으로 죽었다. 그의 유언대로 그의 심장은 조국에 보내졌다. 나중에 카라소프스키라는 사람이 쇼팽의 전기를 발간하였는데 콘스탄차는 이 책을 보고나서야 쇼팽이 자신을 짝사랑했음을 그제사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은 슬프지만 쇼팽은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가져다 주었다.   낙엽이 바람이 날리는 만추의 계절이다. 첫사랑을 떠올리며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연주하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어보는 것도 이 계절을 즐기는 한 방법일 것이다.
즐겨찾기+ 최종편집:2022-03-03 오후 09:09:55 회원가입기사쓰기구독신청지면보기전체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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