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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관 특별기고] 카헤미안 - 경북신문
식물은 자신이 태어난 그 자리에서 단 일보(一步)도 움직이지 않고 살다가 그 자리에서 생을 마감한다. 어떤 종류의 나무는 한 자리에 선 채 수 천 년을 살기도 한다는데 동물은 불과 백 년 이상의 수명을 가진 종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인간은 동물 중에서도 비교적 장수(長壽)하는 종이라 할 수는 있겠는데, 아마 동물 중에 인간만큼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사는 동물이 또 있을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식물은 씨가 떨어진 그 자리에 서서 일생을 살기 때문에 집이라는 개념이 없는데, 대다수 동물들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생업 근거지가 되는 곳에 `집`이라고 하는 베이스캠프를 필요로 한다.   수렵시대 원시인들이야 같은 장소에만 머물 이유가 없었을 것이기에, 영구 주택 같은 것이 필요치 않았을 것이고, 지금도 몽골 지방의 유목민들은 영구 주택에 머물지 않고, 가축들의 먹이가 있는 곳을 찾아 늘 이동하기 때문에 `게르(ger)`라고 하는 임시 구조물(텐트)이 집이 되는 셈이다.   그러니까 집이란 삶에 필요한 부수적 시설물일 뿐인데, 현대인들은, 특히 우리는 지금 생업을 위한 수단의 일부일 뿐인 그 집을 소유하는 것이 곧 삶의 목적처럼 되고 있는 것은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은 이미 백 퍼센트를 훨씬 넘어섰다고 하는데, 아직도 자기 집 하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은 왜일까? 미물인 참새나 다람쥐도 자기 집을 가지고 사는데, 하물며 사람이 남의 셋집만을 전전하며 일생동안 자기 소유 주택 하나 지녀보는 것이 꿈이 되고, 그나마 그 꿈마저 이룰 가망이 없어 절망하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하니, 이것은 아마 뭐가 잘못 되어도 크게 잘못 된 것이 분명하리라.  그러나 과거와 현재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다르듯이, 현재와 미래의 사람들 역시 아마도 다른 생활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이는데, 평생 직업이나 평생직장이 사라지는 마당에, 굳이 붙박이 주거지의 필요성도 줄어들지 않을까? 라는 게 내 생각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사람들을 집안에 가두려 했지만, 동적(動的) 본능을 가진 인간은 사람은 피하되 이동 본능에 따라 자연을 찾기 시작했고, 그 바람에 아웃도어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고도 한다. 물론 내가 보기엔 반드시 코로나 때문만이 아니라, 산업 환경의 변화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과 조기 퇴직에 따른 여유시간 그리고 지나치게 집약된 도심생활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이미 그 이전부터 아웃도어 인구가 급증해 왔던 것은 낯설지 않은 일이었다.  더구나 근래, 편리한 시설을 두루 갖춘 이동주택이나 모빌홈(캠핑카)이 많이 등장하면서 주택의 개념도 크게 달라지고 있는데, 일부 사람들은 소유권 획득 하나를 위해 평생을 바쳐야 할 붙박이 고급주택 보다는 큰 부담 없이 소유할 수 있고. 언제 어느 장소든 필요한 곳으로 즉시 이동이 가능한 현대판 유목민이라 할 수 있는 모바일 `카헤미안(Car+Bohemian)`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좁은 국토에 어렵게 공간을 확보, 아무리 주택 건설을 늘려나가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택은 그림의 떡과 같고, 주택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곧 투기 현장으로 변질되고 있으니, 차라리 `카헤미안`들이 안심하고 정박하며 장기간이라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반시설 구축에 좀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제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대량 실업과 저소득 평준화 사회가 되면, 지금까지의 레저영역이었던 아웃도어라이프가 어쩌면 미래 인간 생활의 대중적 모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즐겨찾기+ 최종편집:2022-03-03 오후 09:09:55 회원가입기사쓰기구독신청지면보기전체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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