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은 이상기후와 기근으로 코로나 질병과 함께 병들어 신음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재정적 악조건으로 앞날이 암담하다고 한다. 정치는 혼란스럽고, 경제는 어려워 빈곤상태에 놓여있고, 안보는 불안하며, 치안은 위태하고 두렵고 겁이나며, 앞길이 막혀 퇴직자가 늘고, 미취업자의 수는 날마다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푸념과 한숨으로 몸보다 마음이 더 무겁고 아프다. 어디에다 희망을 걸고 맛과 멋 그리고 매력과 위안을 찾아야 하는지 갈팡질팡이다. 해방 전후의 세대들은 왜정시대의 강제노역에서부터 한국동란을 겪어 온 갖가지 많은 악조건을 참고 견디어 온 비운의 시대를 밟아왔다. 　 어딜 가나 따라 다니던 배고픔과 가난을 우직스럽게 험하게 보내면서도 절대 희망은 버리지 않았다.　 어떤 환란이 닥쳐도 우리 국민은 서로의 손을 잡고 일상의 소중함을 믿고 비록 사회적 거리는 멀어도 서로 걱정하고 배려하는 생각이 바로 국민의 멋이다. 　 `멋`이란 풍치 있는 맛이나 행동·됨됨이가 훌륭하고 세련된 맵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래서 멋은 맛에서 왔다고 한다. 재미상도 없고 유머도 없는 사람을 가리켜 맛이 가고 변질된 사람이라 핀잔한다. 원래 멋이란 선악을 따지지 아니하고 시비를 가리지 아니하며, 유무에 간섭함이 없이, 마음을 안락자재한 경지에 두고 행동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멋을 일정한 격식, 특정한 경향, 그리고 일반적인 질서와 규칙이 무시될 때 멋이 생긴다는 것이다. `멋없다`는 것은 싱겁다는 뜻이며 `싱겁다`는 것은 규격이나 인습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무미건조함을 일컫는다. 　 규칙과 법칙을 한없이 거론하면서 매사에 따지기를 좋아하는 고지식한 사람을 흔히 `멋없는 자식`이라 하고 지나치게 짜임새가 있어 빈틈이 없는 것을 보고는 `멋대가리`가 전혀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도리어 스타일을 벗어나 분위기에 따라 조리 있게 처신하고 파격성 있는 운치에서 멋이 우러난다고 한다. 　 멋의 원조인 `맛`은 그 원어의 뜻은 음식 따위를 입에 넣을 때 느끼는 단순한 감각이지만 어떠한 사물이나 현상에서 느껴지는 느낌이나 기분. 또는 제격으로 느껴지는 만족스러운 느낌. 그리고 인간성이 느껴지는 인간적 향기와 냄새에서 감지되는 것이다.　 인간미에 있어서는 꼬치꼬치 따지고 원리원칙을 주장하는 까탈스러운 사람보다 다소 어리숙하게 보이는 인품이 더욱 맵시 있어 보인다. 시인 박목월의 `숭늉 맛`이란 글에 숭늉은 구수한 맛이 독특하다. 만일 숭늉의 구수한 맛이 우리의 혀에만 익은 것이라면 그것에서 빚어지는 맛도 우리들의 것일 수 있다. 　 또 숭늉의 그 맛은 어느 면에서는 어설프게 보이는 것과 통한다. 소박하고 현명한 것이 우리의 생활 태도일 수도 있다고 한다. 사실 진정한 맛은 물이 맛이 없는 무미한 것이 좋은 물인 것처럼, 맛은 설명할 수 없을 때 더욱 맛있고 최상의 것이 된다.　 속담과 격언에, 깨소금 맛 - 통쾌하다는 뜻이고, 맹물에 조약돌 삶은 맛이란 ? 전연 아무 맛도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과자 맛은 먹어봐야 알지, 요리책을 본다고 아는 것은 아니다. 쓴맛을 모르는 자는, 단맛도 모른다.　 인생은 고생길이라 하고, 지구는 무대요 인생은 거기서 놀다가는 광대요 하룻밤 여인숙에 자고 가는 나그네라 한다. 그러나 참고 기다리는 자가 승리한다. 진짜 인생이 멋을 누리는 자는 희망을 가지고 사는 평민이다. 　 조선시대 국왕의 평균 수명은 46세다. 27명의 임금 가운데 환갑을 넘긴 국왕은 5명 뿐이다. 신기한 기록 같지만 당연한 결과다. 육식에 운동부족, 업무몰두에 수 없이 많은 상소문에 쌓이는 스트레스. 모두가 맛을 잃은 멋없는 향락에 불과한 것이다. 한 때의 불행은 장기적인 해결로는 참고 기다리는 지혜만이 완성품이다. 　 인생에 있어서 누구나 자신감과 자부심은 삶의 힘줄이다. 올망졸망한 멋을 즐기는 일본인들도 우리의 화문석과 자개농의 기교의 미감에 홀딱 감탄한다고 한다. 우리 민족은 멋과 매력이 넘치는 위대한 국가다. 저마다 그런 위대한 국가에 살고 있는 자랑스런 국민임을 자애하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