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가 어렵고 어원(語源)이 전술적 용어라서, 전략가들 사이에 쓰다가 우리 사회로 유입되어 정가에서나 공사장으로 온 말이 있다. 미봉(彌縫)이란 말은 `여기저기 꿰맨다`라는 뜻이다.　 춘추시대인 주나라 환왕은 이름만 천자(天子-황제)일 뿐 실질적으로는 매우 쇠퇴해 있어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이웃 정나라를 치기도 했다.　 당시 정나라 장공은 세력이 강대하여 임금을 무시했다. 환왕은 우선 장공의 정치적 실권을 박탈했다. 이 조치에 분개한 장공이 조근(임금을 뵙는 일)을 중단하자 환왕은 이를 구실로 제후(지방관리)들에게 참전을 명했다. 　 왕명을 받고 위나라, 진나라 군사가 모이자 환왕은 자신이 총사령관이 되어 정나라 징벌에 나섰다. 왕 스스로가 장수로 나서는 일은 춘추시대 240여년 동안 없었던 일이라 한다. 　 이윽고 정나라에 도착한 군사들은 장공의 군대와 대치했다. 이때 장공의 참모인 원이란 사람이 진언(보고)했다.　 "지금 적군이 있는 진나라는 국내 정세가 어렵기 때문에 싸울 기력이 없습니다. 우리가 먼저 공격하면 환왕이 지휘하는 군대가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장공은 원의 진언에 따라 진용을 짜고 이렇게 명령했다.　 "둥근 원형으로 진을 치고, 전차를 앞과 뒤에 두고 전차 사이를 보병으로 미봉하라"했다. 여기서 `미봉`은 빈 구석이나 잘못된 것을 그때 그때 임시변통으로 메우는 것의 의미다.　 손자병법에 의하면, 전술은 적의 수효가 아니라 적의 전략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의 비결은 생각지도 않은 역습을 조심하고 `패하지 않는 준비`는 이쪽이 할 일이며, 이길 `틈`은 적에게 있는 것이다.　 먼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전승이요, 싸우지 않고 상대 적군을 굴하게 만든 자가 선(善) 가운데 선이라 한다. 싸움에 있어서 누가 우수한 전술가인가는 물론 최후의 결과인 승패로써 판단되는 것이다.　 전쟁의 목적이 평화라 하지만, 그로 인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는 엄청나며 다시 재건하기 까지는 50년이 걸린다. 　 참혹하고 야만적이고, 의롭지 못한 수단으로 승리를 위한 목적이라 하지만 잔인하다. 종교 개혁가 루터는, "전쟁은 인류를 괴롭히는 최대의 질병"이라 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쟁을 방어하기 위한 준비에 수많은 국방비가 든다. 강대국 사이에 끼어 아무런 힘도 없이 자칫하면 당하는 꼴은 상상조차 하기에 전율을 느낀다. 인간이 수행할 수 있는 가장 큰 도덕은 전쟁을 거부하는 용기와 능력이다. 　 미봉책이란 임시방편이다. 지방자치제도의 활성화로 곳곳에 축제가 수없이 진행되고, 기관장 재임시에 무엇인가 큰 것 남기기 위해서 지방마다 큰 예산을 투입하여 장래성 조차 애매한 사업들이 엄청나게 유행하고 있다.　 시일과 년도에 맞추기 위해, 예산을 유용하기 위해 날림공사로 인하여 준공과 동시에 보수공사가 이어지는 현실. 항상 불안하다.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에, "낭비하는 자는 사탄의 형제요, 부(富)의 권태를 부채질한다" 극작가 셰익스피어는, "부끄러움을 낭비하는 데 드는 영혼의 비용과 생각과 행동에 있어서 사치"라 했다.　 임시는 원래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필요에 따라 그때 그때 정한 것을 말한다. 미봉책은 낭비를 부른다. 인간의 생활 염려는 항상 미래에 둔다고 한다.　 앞으로 닥쳐올 날을 장래라 한다면 미래는 현재를 기준하여 아직 다가오지 않은 날이다. 현대에는 현재가 없고, 내세에는 미래가 없고, 미래에는 과거가 없다지만 모든 방비책은 튼튼한 준비에 좌우된다. 　 준비는 필요한 것을 미리 마련하여 갖추는 멋으로 예비, 대비, 경비, 완비 등 유사한 말들이 많은 것도 그런 사유인 까닭이다. 미봉책은 임시로 꾸며 대어 눈가림만 하는 일시적인 대책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