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다양한 욕구가 분출되고,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과 개인은 물론이고, 집단과 집단, 계층과 계층 간의 갈등은 피할 도리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사람이 자신을 관(觀)하게 되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 속에 숨어있는 매우 이기적인 DNA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이기적 유전자가 반드시 다 나쁘다는 뜻은 아니며, 어쩌면 그런 형질들이 바로 개체를 보존하기 위한 자연의 선택일 수 있을 것인데, 문제는 지나친 이기심(利己心)이 오히려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전체 종(種)의 지속성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에, 그에 반하는 이타심(利他心)이라는 프로세서가 또 함께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 아마도 사람이 아닌가 한다. 　 그러니까 인간은 타인과의 갈등만이 문제가 아니라, 늘 자신의 내면속에서 충돌하고 있는 이기심과 이타심의 갈등 속에 놓여 있게 마련인데, 이기심이 승(勝)하면 그는 이기적인 나쁜 사람으로 보일 것이며, 이타심이 승하면 그는 이타적인 삶을 사는 좋은 사람처럼 보이게 된다.　 불교는 왜 소승(小乘)과 대승(大乘)으로 나뉘어 졌을까? 아니 나뉘어 졌다기보다는 어느 날 그렇게 분류된 것일 뿐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인데, 세상을 등지고 깊은 산속에 은거하며 오로지 사색을 통해 인간이 가진 이성의 궁극에 이르고자 노력하는 이기적 수행방식을 소승이라 한다면, 자신의 성불은 뒤로 미루더라도 고통 받는 중생을 먼저 제도해야겠다는 이타적 보리행(菩提行)의 수도방식이 바로 대승이다. 　 요즘 정치인들이 자주 대승적 결단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만일 정치가 그렇게 대승적으로 이루어 졌다면, 아마 우리는 지금 연화세계(蓮花世界)에 살고 있지 않을까 한다.빼앗고 빼앗기는 이기적 사회와 주고받는 이타적 사회 중에 구성원들이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쟁과 평화,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이 생기듯이 개인의 삶 또한 행복과 불행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신(新)자유주의라는 미명하에 늘 약탈의 자유를 주장해온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 바로 약탈당함일 것이다. 그들은 늘 불안하기 때문에 서로를 지켜줄 암묵적 카르텔 형성이 필요했다. 그리고 수적 열세를 보완하기 위한 그들의 편(便)이 필요했기에, 이념으로 가두리(프레임)를 만들고, 법이라는 채찍을 통제수단으로 삼는다.　 대부분의 기득권들이 법조계로 진출하거나, 법조계와 깊은 인연을 가진 것이 결코 우연한 일은 아닐 것이며, 이제 드디어 그 거대한 힘의 카르텔과 그 호위세력들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런데 그들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제 세상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자신감 때문이라기보다는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어진 탓이 아닐까? 그러니까 불과 몇 안 되는 메이저 언론만으로도 대중의 눈을 가릴 수 있었던 시대는 이미 지났고, 지금은 개개인 모두가 언론이며 하나의 매체로써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숨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인간에게 두 종류의 유전자가 있다고 했지만, 지금처럼 이기적 유전자가 승한 때가 또 있었을까? 지금 기득권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킬 수만 있다면 아마 악마와도 손을 잡을 태세인 것 같은데, 이제 모습을 보여 준 그들에 대해 절대 다수의 집단지성이 이타적 유전자를 활성화 시켜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가 아닌가 생각 된다.　 이슈를 이슈로 덮고, 궤변으로 소음을 일으켜 대중이 귀를 막게 하려는 발상이야말로 참으로 고전적이며 보수적 방식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민중은 더 이상 속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게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