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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향인 칼럼- 경주 찾아가는 북소리 ● - 경북신문
최 해 남 (수필가, 대구광역시의회 경제교통전문위원) 경주에는 천년을 드리우는 사랑의 그림자가 있다. 석가탑이 비쳤다는 ‘영지(影池)’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있어서다. 석가탑을 찾는 사람들은 탑이 비치는 연못이 으레 인근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사실 ‘그림자 못’은 이 탑에서 서쪽으로 3㎞정도 떨어진 곳에 있고, 천년의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 남아 석가탑 그림자가 비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영지(影池)는 동으로 환하게 시야를 트여 놓고 서·남·북으로는 낮은 산자락이 둘레하고 있다. 연못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못 둑의 길이가 족히 1㎞는 된다. 냇물이 흘러 들어오는 곳도 없고, 큰 산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수원이 될 만한 것은 찾아볼 수 없지만 천년을 지나도 마르지 않고 물결이 넘실대고 있으니 이 또한 무슨 조화일까? “날이 맑은 날 ‘영지 못’을 들여다보면 석가탑이 보인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믿고, 어린 시절 무던히도 그림자를 찾으려고 애쓰곤 했다. 지나가는 구름을 나무라기도 하고, 나의 눈이 나쁜 것은 아닐까 하고 비벼보기도 했다. 나의 마음이 지극하지 못해서일 거야 하고 발걸음을 되돌리곤 했지만 언젠가는 석가탑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는 않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알면서도 아사달과 아사녀를 모르는 오늘의 현실을 탓해서 무엇하랴. 1,200여 년 전 불국사의 탑을 쌓기 위해 백제의 사비성에서 모셔온 아사달. 3년이 다 되어 가도록 돌아오지 않는 임을 찾아 사비성(공주)에서 서라벌까지 800리 먼 길을 걸어온 아사녀의 사랑이 은빛 물결로 출렁인다. 아사녀는 비바람이 부나, 눈이 오나 매일 같이 아사달을 만나게 해달라고 하였으니 오죽했으면 불국사를 지키는 관원이 “저쪽 연못에 가서 바라보면 아사달이 보일 것이다.”고 하였을까? 불국사의 작업구역에서 2㎞ 내에는 잡인의 출입을 금지하였던 터라 아사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석가탑과 아사달이 물에 비치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애타게 “아사달”을 부르며 연못을 바라보았지만 좀처럼 탑이 비치지 않았다. 아사녀는 기도하는 정성이 모자란 탓이라 생각하고 더욱 더 아사달을 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어느 날 기진맥진해서 연못을 바라보니 탑을 쪼는 아사달이 보였다. 정신없이 아사달을 잡으려고 연못에 뛰어 들었고, 아사달을 안은 채 돌아오지 않는 물속의 탑이 되고 말았다. 탑을 완성하고 아사녀를 찾아온 아사달은 이 소문을 듣고 영지에다 몸을 던졌다. 지금도 달 푸른 날 연못에 귀를 대면 아사달을 부르는 아사녀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연인이여! 제대로 된 사랑 한 번 하려거든 영지를 거닐어보라. 짙푸른 사랑의 물결에 흠뻑 마음을 담아보자. 깊은 사랑의 눈동자에 석가탑의 그림자 비칠는지. 천년이 넘도록 마르지 않는 그림자 못의 기다림. 사랑의 그림자, 그 영원한 빛깔이 되어.
즐겨찾기+ 최종편집:2022-03-03 오후 09:09:55 회원가입기사쓰기구독신청지면보기전체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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