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철강 계열사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로부터 자동차 강판 사업부문을 분할합병한다. 이로써 현대제철은 재무구조 개선에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고, 하이스코는 미래먹거리인 강관에 보다 주력할 수 있게 됐다. 17일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현대하이스코의 자동차 강판 제조·판매 부문을 분할, 현대제철에 합병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현대제철이 조만간 현대하이스코 당진공장과 순천공장을 인수하기로 함에 따라 열연(현대제철)과 냉연(현대하이스코) 2가지 공정으로 분류해 운영하던 현대자동차그룹의 철강 계열 업무가 하나로 일원화된다. ◇현대제철, 글로벌 일관제철소로 도약 이번 합병으로 현대제철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일관제철소로 거듭날 수 있게 됐다. 현대제철은 완성차 계열사 현대·기아자동차에 직접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게 되면서 업무 효율성과 수익성 2가지 부분에서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현대제철이 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 열연제품을 만들면 현대하이스코는 이를 가공해 냉연 제품(자동차 강판)을 제조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앞으로 현대제철은 제선(쇳물), 제강(불순물 제거), 연주(응고)를 거쳐 열연 강판생산까지 기존 생산품에서 한 발 나아가 하공정 제품인 냉연 강판생산까지 모두 맡게 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생산의 상하공정을 일원화함으로써 그동안 양사체제로 운영되면서 발생했던 관리 및 생산, 판매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통합시너지를 창출해 기업가치를 제고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제철은 자동차 강판 관련 연구개발(R&D) 활동이 통합되면서 고장력 자동차강판 등 신강종 조기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제철은 자동차소재 전문제철소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같은 계열사 현대기아자동차와 함께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또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당진제철소 건설 등으로 악화된 현대제철의 재무구조를 건전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현대제철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10조3400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11조원을 넘어섰다.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로부터 냉연 부문을 인수할 경우 매분기마다 약 15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되면서 현금 압박이 다소 누그러들 전망이다. 합병 이후 현대제철의 매출도 기존 14조원대에서 20조원대로 대폭 상향될 전망이다. 운전자금, 지급이자 절감도 기대된다. ◇현대하이스코, 미래형 먹거리에 `집중` 현대하이스코는 냉연과 강관 등 2축으로 운영하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철강재 유통을 중심으로 강관, 자동차 경량화 등 미래형 먹거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하이스코측에 따르면 현재 냉연과 강관의 사업 비중은 6대 4 정도다. 강관 분야는 최근 미래 에너지로 불리는 셰일가스 개발 등 자원개발 열풍이 세계적으로 불면서 각광을 받고 있는 사업분야다. 현대하이스코는 유정용 강관, 셰일 가스용 강관 등 고부가제품의 개발과 생산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또 미래 자동차 경쟁력의 핵심인 핫스템핑 등 자동차 경량화 제품 개발과 생산에도 박차를 가한다. 이와 함께 해외 현대기아차 생산공장에 철강재를 가공·유통하는 해외 스틸서비스센터 사업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간다. 현대하이스코는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량이 증가 추세에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두 회사의 분할합병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현재 현대제철은 기아차(21.29%)와 정몽구 회장(12.52%), 현대하이스코는 현대차(29.37%), 기아차(15.65%), 정몽구 회장(10.0%) 등이 주요 주주다. 합병 후 현대하이스코의 지분을 다량 보유한 현대차가 현대제철의 새 주요주주로 올라서게 되면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맞는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의혹, 순환출자 구조 등을 해소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분할합병으로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는 각각 생산법인과 유통·가공법인으로 역할을 분리했다"며 "향후 전문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수익 창출을 극대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