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의 막이 올랐다. 다음 달 9일 열리는 대선은 13∼14일 후보 등록 기간을 거쳐 15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이맘쯤이면 대세가 정해졌던 과거와는 달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오차범위 안팎의 접전을 벌이며 양강구도를 형성하는 등 승부의 윤곽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더욱이 이, 윤 후보 측으로부터 동시 러브콜을 받아온 안철수 후보가 13일 전격적으로 `야권 단일화` 카드를 꺼내 들면서 대선판은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번 대선은 코로나 팬데믹 대전환기에 치러지는 중차대한 행사다. 시대정신을 직시하고 국가 난제의 해법과 미래비전을 제시해야 할 후보들의 과제 못지않게, 이제는 주권자인 국민의 판단이 실로 시험대 위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 후보가 대선후보 등록 첫날 전격적으로 윤 후보에게 야권후보 단일화를 제안한 것이 3주가량 남은 대선의 최대 변수로 급부상했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즉 구체제 종식과 국민 통합의 길을 가기 위해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여론조사 국민경선`을 제안했다. 여론조사 기관 2곳을 선정해 적합도와 경쟁력을 반반씩 물어 그 결과를 합산해 승부를 결정짓는 방식이다. 단일화가 거론되는 것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며 완주 의사를 거듭 밝혀온 안 후보로서는 선제적인 `결단`을 통해 단일화의 물꼬를 튼 셈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통합 제안은 긍정 평가하면서도 여론조사 방식은 사실상 거부하며 공을 다시 안 후보 측으로 넘겼다. 윤 후보는 책임총리나 공동정부 등을 매개로 안 후보의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구상일 것이다. 양측의 제안과 역제안을 살펴보면 대선 24일을 남겨놓고 바야흐로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한 야권 단일화가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안 후보의 여론조사 경선과 윤 후보의 후보 간 담판 주장 등 방식을 놓고 입장차가 커 당분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양측의 협상이 `이기고 보자`는 식의 산술적 선거공학으로 흐를 경우 민심의 강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른바 `권력 나눠 먹기`의 야합으로 비칠 것이기 때문이다. 단일화가 반드시 옳은 것도, 승리의 보증수표도 아니다. 단일화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두 후보가 어떤 가치와 정책을 공유하며 집권 후 어떤 정부를 구성하고 개혁을 추진할지 등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즉, 단일화가 민생과 국익의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명분과 대국민 설득 없이 방식만을 둘러싼 거친 샅바싸움을 거듭한다면 기대 이하의 결과를 낳을 것이다. 　 또한 단일화 논의가 얼마 남지 않은 대선 레이스의 블랙홀이 돼서는 안 된다. 거듭 말하지만, 이번 대선은 팬데믹에 지친 서민의 삶을 개선하고 4차 산업혁명의 기술과 안보 패권 경쟁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리드할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 각별한 선거다. 각 후보 진영은 이런 점을 유념하고 남은 기간 역량과 자질을 입증하는데 주력하기를 바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