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밤 열렸던 쇼트트랙 남자 1천 미터 준결승은 올림픽 역사에 두고두고 지울 수 없는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4년 동안 오직 이날만을 기다리며 피땀을 쏟았던 황대헌과 이준서 두 선수의 억울함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유력한 메달 후보라서 편파적 판정의 희생양이 됐다는 의심이 결국 결선에서 또 다른 불공정 판정으로 헝가리 선수가 고배를 들고 중국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함으로써 확인됐으니 말이다. `눈뜨고 메달을 도둑맞았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이 어처구니없는 오심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소한 스포츠 세계에선, 그것도 전 세계인의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에서는 특정 국가나 개인을 위한 의도적 불공정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성토하는 국민감정을 `혐중`이라고 폄하할 일도 아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의 행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올림픽이 중국 동네잔치로 변질되고 있다는 아쉬움이 든다. 중국 당국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불법 영해 침범은 격침해 버려야 한다"며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를 직격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라는 노래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문제의 핵심은 대한민국 역사를 중국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이라고 비판했다. 황당한 판정에 대한 실망과 우려를 표명하는 선에서 끝났으면 좋았을 일을 굳이 정치·외교 사안과 연계시킨 것이다.　 이번 오심 논란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 국면에서 핫 이슈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동계 올림픽이 오는 20일까지 열리는 만큼 여야 정치권은 대선 막판까지 베이징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중국 선수단이나 언론이 노골적으로 `애국주의`를 강조하고 있어 장외 인터넷 공간에서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번 오심 판정에 중국 당국이 개입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국민의 단합과 국력 과시를 위해 중국이 올림픽을 이용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이런 의심에 근거해 글로벌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에 대한 우려와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현 정부나 차기 정부는 이런 정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변화하는 세계 질서 재편 과정에서 우리의 전략을 다시 한번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이는 올림픽을 넘어 우리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이 이번 오심 판정을 정치적 유불리로 대선에 이용하려는 것은 장기적인 국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차기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될 대선후보들은 외교적 언행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외교적 수사는 들끓는 여론과 함께 들고 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편파 판정의 당사자인 황대헌이 하루 만에 웃는 얼굴로 훈련장에 나타나 중국의 텃세를 극복할 방법을 묻는 질문에 "여기 한국말 할 줄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말할 수 없다"는 재치 있는 응수가 더없이 믿음직하고, 성숙해 보인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