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는 상대편에게 전하고 싶은 일 등을 적어 보내는 글로 한자로 서간·서한·서신으로 종이에 적은 대화이다.　 시인 엘리엇의 수첩에, 편지는 소식과 지식의 전달자, 동정과 사랑의 연락자, 흩어진 마음의 이음새, 멀리 떨어진 친구들의 하인, 외로운 사람의 위로자, 공통된 생활의 확신자, 상업과 산업의 매개자, 상호 면식의 추진력,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그리고 국가 간의 평화의 친선에 작용하는 문서이다.　 편지도 계절을 탄다는 말이 있다. 어떠한 계절보다 가을에 띄우고, 받고 싶은 인간의 감정이 옛 시조에서 명료하게 돋보인다.　 고시조 장적의 `추사-秋思`에, 가을 바람에 마음 놀란 나그네/아득히 그리움을 그려 편지를 쓴다/아무래도 못다한 사연있는 것만 같아/편지 전할 사람이 길을 떠나가려는데/다시 밀봉을 뜯어 읽어본다/어제는 오늘의 그리움이다.　 편지 받은 이의 그리움이 더욱 애틋하다. 뜻밖에 임의 글을 반갑게 받아보니/곳마다 눈물 흔적 글자가 흐렸구나/달 밝고 고요한 밤엔 생각 더욱 설워라. 　 요즘은 손편지 받기가 아주 드물다. 오래 전만 하더라도 우편함에 종이가 꽂히면 가슴부터 뛴다. 친지들에게 편지 띄우기는 싫어도 모두가 하나같이 받기를 좋아하는 풍조는 전산화시대에 묻혀들고 있을 따름이다.　 어떤 특정한 때와 장소에서 친구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보내는 편지만큼 많은 인간의 정을 드러내 보이는 것은 없다.　 글씨가 서툴다고 비난할 일도 아니요, 앞뒤가 뒤섞여도 아무런 흉이 되지 않고, 보내는 이의 달콤한 인정의 냄새가 더욱 그리운 추억거리가 되어 읽고, 또 읽으면 더 큰 추억이 아린다.　 시인 박목월은 `젊은이를 위한 편지`에 편지를 쓴다는 것은 저 자신의 몽롱한 감정 세계를 `고독한 자리`에서 깊이 반성하고 재확인하여 확충시키고 세련시키는 일이다.　 그러므로 말로써만 주고 받거나 분위기로써만 맺어진 우정이나 사랑과, 편지를 통하여 성숙시키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후자가 한결 질기고 정련(잘 단련)된 것임은 물론이다.　 어느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일어난 보기 드문 일이 생겼다. 담임 선생님께서 솔직하게 오늘 저녁 밥상을 물린 후에 어머니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의미로, 어머니를 한번 안아(포옹)보고 느낀 소감을 편지로 써서 다음날 학교 가져와서 서로 발표하고 어머니께 드려라는 숙제였다.　 평소에 이 세상에서, 나의 바람막이요, 해결사이신 어머니께 감사의 편지를 쓴다는 것이 순간적으로 어렵지만, 솔직하게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깊은 감회가 서린 순간들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편지는 마음의 진솔함이 묻어있는 내용이라면 모두가 감명을 갖게 된다. 아마 편지를 받은 어머니의 심정은 천하를 얻은 것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사랑의 아픔을 표백한 한 장의 러브레터에 성서보다 훨씬 인간적인 진실이 깃들게 마련이다.　 일기를 일인칭의 글이라 한다면, 편지는 이인칭의 글이다. 그리고 일기가 `고백의 글`이라 한다면 편지는 어떤 대상을 자기에게로 `부르는 글`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을 가르켜 `동방의 등불`이라고 찬양한 인도시인 타고르는 조심스럽게 미숙한 솜씨로 쓰인 겉봉의 자기 이름을 보면, 그는 정숙하고 사랑에 찬 심장의 고동에서 그 절묘한 음악을 끌어내는 틀리지 않는 심포니(교향곡)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 일어날 것이다.　 포항 장기와 전남 보길도, 강진 등으로 19년 유배 생활을 한 다산 정약용의 편지쓰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그가 읊은 시조에 함묵된 그의 일생이 그려져 있다.　 "귀양살이 타향에서 고향 생각 끝이 없어/객창한등(귀양살이에서 겪는 쓸쓸하게 비치는 등물) 잠 못 이뤄 앉았더니/첫닭이 홰(날개치면서 우는 울음) 새벽 소식 알릴 무렵/집에서 보낸 편지 내 손으로 뜯어보네/이 어찌 상쾌치 않을 소냐"　 편지는 보내는 사람의 몸이 받는 사람의 몸으로 바뀌는 전신이라 한다. 사랑의 편지는 못다한 말들이 긴 띠가 되어 목에도 가슴에도 감기어 차라리 눈감고 드러눕는 것이다. 유토피아를 그리는 추억의 고향으로 이미 도착한 것이 바로 연민이 담긴 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