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즈먼드 대주교님 편안하게 안녕히 잘 가십시오.　 태어나면 그 순간부터 늙고, 병들고, 다툼과 헤어짐 그리고 죽음으로 가는 이 고통스럽고 불안정한 지구 행성 사바세계(娑婆世界)에 어떤 미련도 아쉬움도 다 내려놓으시고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마십시오.　 "판자로 지은 누각 바람에 날려 가고,바닷가 모래성은 파도가 쓸어가네. 일어났다 사라지고 사라졌다 일어나는천 가지 생각과 만 가지 계획들이 붉은 화로 위의 한 송이 눈꽃이리"-무진(無塵)- 내가 대주교님을 뵈온 것은 2000년 11월 10일 홍콩에서 국제 피플투피플 세계대회가 개최되었을 때였지요. 그때 나는 세계본부 이사의 일원이었고, 국제 본부는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님에게 아이젠하워 메달을 수여할 때였습니다.　 당신의 공적은 남아공의 극단적인 인종 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드`(Apartheid) 철폐에 앞장서서 `아프리카 인권 운동의 정신적 지주`로 불렸기 때문에 수여하는 아이젠하워 메달이었습니다. 　 투투 대주교님께서는 현지 시각 지난해 12월 26일 90세의 일기로 파란만장한 당신의 인생 삶의 경험을 끝냈다.　 1984년 노벨 위원회는 당시 투투 대주교님에게 노벨상을 수여했는데 그때 노벨 위원회는 "인간의 존엄과 우애,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남아공의 모든 개인과 단체에 보내는 세계의 격려"라고 극찬을 했다.　 그리고 2년 뒤인 1986년에 케이프타운 대주교로 임명되었고, 남아공 성공회 최초의 흑인 대주교의 탄생이었다.　 나와 대주교님의 인연은 당시 국제 피플투피플 세계대회를 홍콩에서 개최할 때였다. 당신께서 아이젠하워 메달을 수상하셨던 그 날의 인사 말 속에 잊혀지지 않고 있는 감동의 말씀이 지금도 나의 뇌리에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다.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님은 그날의 수상 소감을 이렇게 피력했다. 내가 1984년도에 노벨상을 수상하고, 또 오늘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미국의 제34대 대통령을 역임하셨고, 퇴임 이후 세계평화 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국제 피플투피플을 창시한 초대 총재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메달을 받게 된 것은 모두 자신의 아버님 덕택이라고 하시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히셨다.　 당신의 아버님께서는 어릴 적부터 자신에 대한 첫 번째 교육이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는 어떤 경우라도 항상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감정이 끼어들지 않게 주의를 기울여서 말을 하고, 자신과의 개성이나 가치관과 사상이 전혀 다르다 하더라도 관용(불어:tolerance), 즉 다름을 이해하고 다름을 받아들이라고 하셨던 그 간절한 말씀이 오늘날까지 자신의 좌우명이 되었고, 그래서 그 결과가 지금의 당신을 있게 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인지 투투 대주교님은 그날 인사 말씀을 하실 때도 아주 나지막한 목소리와 자비하신 모습은 누가 봐도 성자의 아름다운 모습 그 자체였다. 행사가 끝나고 잠깐의 티타임이 다시 있었는데 그때도 역시 아버님의 자신에 대한 교육관에 대한 고마움을 인사 말씀 때 하신 그 말씀을 되풀이하셨다.　 그렇다 주교님의 아버님께서 투투 대주교님에게 하신 말씀은 우리가 모두 듣고 새겨야 할 삶에 필요한 금구성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상대방과의 오고 가는 대화를 할 때는 항상 감정, 즉 느낌이 개입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대다수 사람의 습성이고, 이러한 습성은 불선업(不善業)의 원인과 불씨로 진화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옛 속담에 인간을 "감정의 동물"이라고 했는데, 고귀한 인간이 감정의 동물로 전락되었어야 되겠느냐고 나는 반문하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감정은 느낌과 동의어인데 인식된 대상에 대해 항상 인간은 좋은 느낌, 나쁜 느낌,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은 느낌이라는 3가지 느낌을 따라 마음이 작동한다. 불교 경전의 도체에서는 이것을 탐, 진, 치라고 하는데 위대한 고오타마 붓다는 이러한 현상을 삼독심(三毒心)이라고 정의(定義)했다. 　 그래서 3가지 독(毒) 가운데 감정이라는 느낌의 불씨가 원인이 되어 일으키는 대표적인 독(毒)을 미움의 독, 즉 진(嗔)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렇게 경전에는 쓰여 있다.　 "성냄 없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이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 (중략)　 끝으로 주제별로 모은경에 나오는 부처님의 게송 하나를 투투 대주교님의 영전에 바치면서 아쉬운 작별의 편지를 끝맺을까 합니다.　 "세월은 스쳐 가고 밤낮은 지나가니청춘은 차츰 우리를 버리네. 죽음의 두려운 그림자 꿰뚫어 보는 이세상의 욕망을 버리고 고요함을 원하리"`사라져버림 경`(S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