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 남은 대선정국이 후보와 가족을 둘러싼 논란으로 어지럽다. 양강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모두 수사대상에 오른 데 이어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허위경력 논란에 휩싸이자마자, 이 후보의 장남은 불법도박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을 처지다. 　 여야가 연일 자극적인 이슈에 집중하면서, 어떤 불미스러운 의혹이 추가로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후보와 배우자, 직계 존비속에 대한 검증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처럼 선거전이 내로남불 네거티브에 매몰되면서 정책과 미래비전, 자질 경쟁이 완전히 실종된 적이 있었던가.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45일 만에 일상회복을 멈추고 고강도 거리두기로 복귀한 국민은 대선의 흐름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양강 후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 고개를 숙이는 풍경은 일찍이 보기 힘들었던 일이다. 윤 후보는 17일 부인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에 대해 "제 아내와 관련한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흘 만에 사과했다. 이 후보는 과거 "도박은 나라가 망할 징조"라고 썼는데, 장남이 상습도박 논란에 휘말리면서 결국 16일 고개를 숙였다.　 20대 대통령은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 사태 속에서 대선을 치르고 취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은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위기 극복의 해법을 제시하는 일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나아가 이들은 `위드 코로나`와 `포스트 코로나` 대한민국의 미래 밑그림을 그릴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얻고자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뇌리에 남는 정책이나 슬로건은 별로 없다. 오히려 정책 공약을 썼다 지웠다 하는 일이 되풀이돼 포퓰리즘 논란만 자초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50조∼100조 원 마련에 대체적인 동의가 이뤄졌다면 재원 마련 방안을 놓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국채만 찍어서는 안 되고 증세, 즉 고통 분담이 불가피하다는 말은 누구도 하지 않는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국민연금의 재정고갈 시기가 빨라지고 있지만, 유력 후보들은 국민적 저항을 부를 수 있는 이 논의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 후보는 전국민재난지원금과 국토보유세를 꺼냈다가 여론의 반발이 일자 곧바로 철회하며 신뢰성 논란을 낳았다. 윤 후보는 100조 원 이상의 코로나 재정투입과 노동이사제 등을 꺼냈지만 당은 물론 자신의 기반인 보수층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백신 추가 접종으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우리의 삶을 통째로 흔들고 있다. 고령층 중심으로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붕괴 사태가 현실화했다.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고통에 내몰렸다. 2주간의 강력한 멈춤이 통하지 않는다면 사태는 더욱 악화할 것이다. 5년 만의 대선이 공동체의 위기 극복과 통합의 토양이 돼야 한다는 게 국민의 소망일 것이다. 　 유력 대선후보들은 과도한 진영 갈등을 부추기거나 편승하려는 유혹을 과감히 떨쳐버리기를 바란다. 코로나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비전 경쟁을 펼치는 게 민심을 얻는 더욱 확실한 길일 것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