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지도(老馬知道)라는 말은 `늙은 말이 길을 안다`, `연륜(年輪)이 많으면 나름대로 장점과 특기가 있다`, `경험이 많은 사람이 가진 지혜` 등의 의미를 갖는다. 　 이 말은 옛날 중국의 춘추시대에서 유래된 것이다. 춘추시대는 주(周)나라가 낙양(洛陽)으로 도읍을 옮긴 후부터 진(晉)나라가 셋으로 나누어 한(韓), 위(魏), 조(趙)가 독립할 때까지의 약 360년 동안의 시대로 기원전 770~403년의 기간이다. 　 이 시대의 제후 가운데 가장 강대하여 패업을 이룬 제(齊)의 환공(桓公), 진(晉)의 문공(文公), 진(秦)의 목공(穆公), 송(宋)의 양공, 초(楚)나라의 장왕(莊王)을 오패라 칭해오고 있다. 　 이 오패의 한 제후인 제나라 환공 때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한비의 저서인 `한비자`에 전해오고 있다.　 어느 해 봄날, 환공은 명재상(名宰相)인 관중(管仲)과 대부(大夫) 습명을 대동하여 고죽국을 정벌하였다. 전쟁이 장기화 되어 그해 겨울에 끝이 났으나 혹한이었다. 추위가 심하여 지름길을 찾아서 귀국하다가 잘못하여 길을 잃고 헤매게 되었다. 군사들이 갈 길을 찾지 못하여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져 혹한에 떨고 있을 때 관중이 묘안을 구상하다가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다.　 "이 때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합니다(老馬之智可用也). 노마를 놓아두고 그 말이 가는 길을 따라 가면 됩니다. 늙은 말은 자기가 돌아갈 길을 잘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관중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일의(一意)가 있어서. 즉시 늙은 말을 풀어 놓았다. 그리고 전군이 노마가 가는 길을 뒤 따라 행군한지 얼마 안 가서 그가 한 말과 같이 큰 길이 나타났다(乃放老馬而隨之遂得道行). 그래서 노마의 지혜 덕택으로 길을 찾아 무사히 귀국하였다는 것이다. 　 또 한 번은 산길을 따라 행군하다가 준비해 두었던 식수가 떨어져 전군이 갈증이 심하여 행군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 때 대부 습명이 말하였다.　 "개미는 원래 여름에는 산 북쪽에 집을 짓고, 겨울엔 양지쪽인 남쪽에 집을 짓고 삽니다. 흙이 한 치쯤 쌓인 개미집이 있으면 그 땅 속 깊이 칠척(七尺) 되는 곳에 물이 있을 것입니다. 군사를 동원하여 개미집을 찾게 하십시오"　 습명의 지혜 또한 기발하여, 군사들로 하여금 산을 뒤져 개미집을 찾게 하였다. 습명의 말과 같이 개미집을 찾아 그곳을 파 내려가니 과연 샘물이 솟아 나왔다. 그래서 군사들의 갈증을 해소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한비는 이 이야기에서, "관중의 총명과 습명의 지혜로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늙은 말과 한 낱 미물인 개미를 스승으로 삼아 배웠다. 그러나 그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해 성현의 지혜를 스승으로 삼아 배우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잘못된 일이 아닌가" 　 노마지도는 이상의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노마식도(老馬識道), 노마지지(老馬之智)라고도 한다. 요즈음에는 경험을 많이 쌓은 사람이 갖춘 지혜(智慧)란 뜻으로 사용된다.　 `시경(詩經)` 대아편(大雅篇)에 주나라의 기초를 확고히 다진 문왕의 덕을 찬양하는 시 구절인 `문왕재상어소우천(文王在上於昭于天)하니 주수구방기명유신(周雖舊邦其命維新)이라` 즉 `문왕이 위에 계시어 하늘이 빛나시어 주나라는 비록 옛 나라이나 그 명은 새롭다`하였고, `많은 선비들이 이 왕국에서 태어났다(思皇多生此王國)`고 하여 오랜 역사를 지닌 주나라 문왕의 덕치 교훈을 전해 주고 있다. 　 필자가 30년 전에 교육부에서 시행한 유아교육국외연수에 선발되어 미국 뉴욕 소재 뱅크 스트리트 유치원의 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었다. 이 때 모발이 전백인 기모의 할머니 교사가 유아들의 활동상황을 지도하면서 순정(純情)을 다해 자세하게 기록하는 장면을 보고 노교사의 교육적 참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당시 우리나라의 대부분 유치원교사는 경력 3년 미만인 데 비하면 선진국 유치원 교원은 고령화 되었고 또 그들의 열정에 놀라면서 "교육은 경험이다"라는 죤 듀이의 말을 다시 새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이탈리아의 레지오 에밀리아 유치원교사들도 4,50대 이상의 여교사였으며 그들의 도큐멘테이션(기록작업) 역시 마치 학자 같은 인상을 주었다. 　 이제 초고령 노령화 사회를 맞이하여 페스탈로찌, 몬테소리, 듀이, 피아제, 말라꾸찌를 비롯한 저명한 학자들의 유아교육 연구에서 노마지도의 교훈을 더욱 깊이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대선 캠프 구성 멤버에서도 노마지도의 지혜를 필요로 하는 것을 볼 때 노마의 지혜는 시대를 초월하는 교육적 가치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