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불과 100여일 앞두고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총괄선대위원장을 제안받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23일 합류를 거부하면서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당초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가 전날 최고위 추인 절차가 보류됐다. 김 전 비대위원장과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로 이른바 3김 진용이 공식화된 지 이틀 만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합류 거부를 선언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선대위 인선을 놓고 사전에 충분한 상의가 없었던데다 자기 뜻이 관철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선대위 구성 전권을 요구하는 김 전 비대위원장과 3김을 축으로 권한을 분산하려는 윤 후보 간 힘겨루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극적인 막판 반전이 없다면 김 전 비대위원장의 합류는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윤 후보가 경선 후보들과 마련한 이날 `원팀` 오찬에도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선대위 구성을 놓고 우여곡절을 겪었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선대위를 출범했으나 선대위원장만 13명에 이를 정도로 몸집만 비대한 `공룡 선대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재명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 중인 것과 맞물려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당 내외 여론이 들끓자 이 후보가 선대위 전권을 위임받았다. 이 과정에서 선대위원장에서 물러나 백의종군하는 의원이 속출했다. 이 후보는 선대위의 기동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하고 신속하게 개편하는 `몽골 기병론`까지 나왔다. 이 후보는 22일 처음 주재한 회의에서 이름부터 `중앙 선대위`가 아닌 `전 국민 선대위`로 바꿨다. 당 지도부를 뺀 채 취업준비생과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 신혼부부, 창업자 등 2030세대들을 모아놓고 "이재명의 민주당은 철저한 반성과 성찰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사과와 반성이란 표현을 15차례나 거론했고 민생 문제를 언급하면서는 울먹이기까지 했다. 이 후보는 23일 오전 민주당사에서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기조 아래 신산업 육성을 추진하는 내용의 선대위 차원의 1호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여야 선대위 출범이 삐걱대면서 걱정스러운 것은 가뜩이나 심각한 `비호감 대선` 분위기가 유권자들 사이에 확산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국힘은 경륜에 무게를 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 영입을 추진했으나 파열음으로 난처한 상황이 됐다. 노익장, 올드보이의 귀환, 몽니 등 비아냥 목소리도 적지 않은 가운데 선대위 구성 단계부터 힘겨루기하는 모양새는 볼썽사납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선대위가 1인 체제든, 진보정권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포함된 3각 체제든 별 감흥이 없다. 인적 구성에서 새로움과 기대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선대위는 집권에 대비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전을 명확히 해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끌어내는 역할이다. 유력 양당 후보가 검찰, 공수처 등의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유례없이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을 듣는 선거다. 유권자들 사이에 정치 혐오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인적 쇄신을 통한 선대위 구성과 정책 비전 제시 등이 절실하다. 말만 앞세워서는 안 된다. 후보 개인에 대한 네거티브 인신공격은 정치 혐오를 부추길 뿐이다.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는 찍을 사람이 없다`는 유권자들의 투표 포기 심리를 되새겨야 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