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광주를 찾아 머리를 숙였다. 닷새 전 제1야당의 대선주자로 선출된 윤 후보는 이날 오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저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지난달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이 많다"고 한 옹호 발언과 `개 사과`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 20여 일 만이다. 　 차기 대통령이 돼 5년간 국정을 이끌겠다고 나선 윤 후보가 뒤늦게나마 광주를 찾아 자신의 언행을 사죄하고, 역사인식을 재정립하는 기회를 가진 것을 일단 다행스럽게 여긴다.　 윤 후보는 민주묘지에서 낭독한 사과문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슬프고 쓰라린 역사를 넘어 꿈과 희망이 넘치는 역동적인 광주와 호남을 만들겠다"며 "저는 40여 년 전 5월의 광주 시민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눈물로 희생한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광주의 아픈 역사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됐고 광주의 피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꽃피웠다"며 "그러기에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5월 광주의 아들이고 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으로 구성된 오월어머니회 등 항의하는 시민들에 가로막혀 추모탑에 헌화·분향하지 못했고, 추모탑 입구에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윤 후보가 전두환을 미화하는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 국민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윤 후보는 강한 여론의 질타에 맞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유감 표명과 사과를 오락가락하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개 사과` 사진으로 사과의 진의마저 의심받는 상황에 몰렸다. 　 윤 후보가 이날 자신의 광주 방문에 대해 `쇼`가 아니라면서 "오늘 이 순간 사과드리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상처받은 국민, 특히 광주 시민 여러분께 이 마음을 계속 갖고 가겠다"고 밝힌 점을 국민은 두고 볼 것이다.　 윤 후보가 광주를 찾은 것은 지난 7월 이후 4개월여만이다. 이날 윤 후보는 5·18 민주묘지 방명록에 `민주와 인권, 5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 일부 시민들은 `가짜 사과 필요없다 광주에 오지마`, `학살자 비호 국민기만` `학살자찬양 가짜사과 전두환과 다를 게 없다` 등 문구를 쓴 피켓을 들고 격렬히 항의했다. 　 윤 후보는 자신의 참배를 가로막은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등 광주 시민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잘 헤아리고 다시 한번 역사관을 점검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꽃피운 5월 광주의 정신을 이어받아 양극화된 한국사회의 통합과 민주주의의 실질적인 진전에 기여할 수 있는 대선 행보를 보여주기를 촉구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