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문무대왕면 호암리 함월산 아래에 있는 기림사는 신라에 불교가 전해진 직후 천축국이라 불리던 인도에서 포교를 위해 건너온 승려 광유가 처음 건립했다는 절이다. 기림사는 석가모니 생전에 제자 제자들과 함께 활동하던 승원인 기원정사와 연관돼 지어진 이름이다. 그 기원정사의 숲을 ‘기림(祇林)’이라고 하니 기림사는 기원정사와 무관하지 않다. 석가모니는 기원정사에 20년이 넘게 머물며 금강경을 설했다고 한다. 기림사는 해방 전까지만 하더라도 경주에서 가장 큰 절로 여겨졌다. 불국사도 기림사의 말사였다고 하니 그 위세가 짐작이 간다. 그러나 워낙 깊은 곳에 위치해 교통이 불편하고 불국사가 크게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기림사가 불국사의 말사가 됐다. ‘삼국유사’에 “신라 31대 신문왕이 동해에서 용으로 화한 선왕으로부터 만파식적이라는 피리를 얻어서 왕궁으로 돌아가는 길에 기림사 서편 시냇가에서 잠시 쉬어갔다”는 기록이 있다. 신문왕이 선왕이었던 문무대왕의 수중릉을 찾아다니던 ‘왕의 길’의 핵심적인 위치에 기림사가 있다. 이처럼 유서깊은 기림사의 초입에 토종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대일식당이 있다. 약 30년 넘게 기림사의 입구를 지켰으니 기림사를 자주 방문하는 불자들은 대부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대일식당은 닭백숙과 닭볶음탕이 유명하다. 당연하게 토종닭을 사용한다. 대일식당의 임상록(70) 사장은 살아 있는 닭을 수급해서 식당 뒷마당의 닭장에서 기르다가 손님이 주문을 하면 직접 도계해서 가장 신선한 육질의 닭요리를 공급한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닭고기는 일간 냉장고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닭 특유의 누린내가 나고 신선도가 현저하게 떨어져 최상의 닭요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대일식당의 닭백숙과 닭볶음탕은 가장 신선한 육질의 토종닭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대일식당의 닭 요리는 그래서 토종닭은 질기다는 선입견을 무너뜨리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대일식당의 또 하나의 별미는 더덕구이 정식이다. 더덕은 강원도에서 생산한 것이 가장 품질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임 사장은 매일 이른 아침 경주의 시장으로 더덕을 구하러 나간다. 식재료를 보급하는 곳에서 구입하면 더덕의 질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직접 시장에 나가 눈으로 확인하고 골라서 더덕을 산다. 수십년간 더덕구이를 해온 경력이 있어 시장에 나온 더덕의 품질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대일식당의 더덕구이는 더덕의 향이 그대로 살아 있어 산골의 음식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다. 임 사장은 “더덕은 당연히 산더덕이 최고지만 최근에는 산더덕을 찾기가 어렵다”며 “시장에서 강원도와 경주 산내면, 제주도에서 재배한 더덕 중 최상품을 골라 사와 직접 제조한 양념으로 구워 남녀노소 모두 좋아한다”고 말했다. 대일식당의 더덕구이는 양파를 우려서 양념을 하고 조미료를 가미하지 않는다. 그리고 설탕을 사용하지 않고 조청으로 단맛을 내기 때문에 진득한 토종음식의 풍미를 느끼게 한다. 산사 주변의 식당에서 반드시 등장하는 산채비빔밥도 있다. 그러나 다른 식당의 산채비빔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맛을 가진다. 간이 적당하고 비빔밥에 들어가는 산채가 매우 신선하다. 취나물과 도라지, 고사리, 버섯, 생채 등 5가지 재료로 만드는 산채비빔밥이 다른 식당과 차별화되는 데에는 비법이 있다. 임 사장이 직접 취나물을 재배하고 가장 좋은 품질의 나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음식의 조리는 임 사장의 부인인 박명애(68)씨가 한다. 박씨는 주방에서 친정 어머니에게 무려받은 손맛을 내는데 최선을 다한다. 입에 달고 익숙한 얕은 맛을 내는 잔꾀를 부리지 않고 몸에 좋고 깊고 융숭한 옛맛을 구현하는데 그야말로 ‘심혈’을 기울이다. 그래서 대일식당의 모든 음식은 기본적으로 집에서 직접 재료를 만든다. 청국장과 순두부의 재료를 그 까다로운 과정을 겪으면서도 직접 만들어 낸다. 임상록 사장은 “깊은 산사에 있는 식당이라 많은 손님이 찾아오지는 않지만 인근의 한수원 직원들이 찾아줘 단골이 많다”며 “그분들이 우리 식당을 찾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 고유의 음식이 가지는 깊고 건강한 맛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항상 손님들의 요구에 부응해 맛과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만드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소 : 경주시 문무대왕면 기림로 441▲전화 : 054-744-1781▲위치 : 기림사 입구 매표소에서 3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