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의 소설 ‘상도’에서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과연 그것이 가능한 것일까. 대부분의 장사는 이윤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야 그들의 삶이 유지되고 더 나은 미래가 달성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 보면 그 말이 생판 틀린 말은 아니다. 재화를 쫓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진정성 있게 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익이 남을 수 있다. 돈은 결국 사람에 의해 굴러다니며 사람에게 신뢰를 주다 보면 돈은 몰려드는 사람에 의해 묻어서 올 수 있다. 경주시 감포읍 대본3리 감포횟집을 찾으면 입구에 ‘저희 업소는 돈보다 사람을 남기겠습니다’라고 선언한 문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그렇다면 이 횟집의 주인은 여러 업소의 상인들과는 달리 이미 상인의 기본기를 제대로 갖췄다고 여기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왠지 은근한 믿음이 간다는 말이다. 감포횟집의 박혜진(49) 사장의 살아온 길을 들어보면 이윤을 따라 장사를 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자신의 정성을 아낌없이 보여줌으로써 지금까지 왔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가 있다. 어려운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귀인이 나타나 도왔고 그 귀인은 평소 자신이 최선을 다해 대했던 고객이었다는 것이다. 박혜진 사장의 친정어머니는 해녀였다. 어린 시절 물질을 나가는 어머니를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산물과 가까이하게 됐고 횟집을 운영하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니었던 셈이다. 여고 시절, 물질을 하고 돌아온 어머니가 지쳐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눕는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어머니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친구와 함께 횟집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도 나중에 횟집을 운영하게 된 하나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22살의 나이에 박 사장은 처음으로 자신의 업소를 가졌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른 채 횟집 문을 열고 보니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겹쳤다.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주방 요리사들의 횡포였다. 예를 들면 한달 월급을 받고 나면 며칠씩 결근해 버리고 식당 운영을 아예 마비시켜버리는 일이 생겼다. 그래서 박 사장은 개업한지 1년만에 과감하게 문을 닫아버렸다. 식당 일이란 것은 업주가 모든 것을 소상하게 알아야 비로소 운영이 가능하다는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감포의 큰 횟집에 취업해 식당일을 하나하나 배우기 시작했다. 그 후 남의 집 생활을 한지 10년만에 다시 자신의 식당을 재개업했다. 박 사장은 새로 문을 연 뒤 동해안의 수많은 횟집과 차별화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른 횟집에서 고추, 마늘, 상추를 내놓는 것과는 달리 장아찌와 묵은지, 백김치 등을 상에 올렸다. 회라는 음식은 해초와 궁합이 맞다는 생각을 하고 꼬시래기, 곰보다시마, 미역줄기 등의 해초를 함께 올렸다. 회는 찬 음식이어서 몸을 따뜻하게 하는 해초를 함께 내놓는 음식궁합의 정석을 실천한 것이다. 당시 갑작스럽게 붐을 일으킴 ‘웰빙’이라는 단어와 함께 건강한 음식이라는 손님들의 인식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박 사장의 ‘웰빙 음식’이 각광을 받았다. 감포횟집에 가면 다른 횟집에서 볼 수 없는 메뉴가 눈에 띈다. 해초쌈과 양념무침, 김초밥이 그것이다. 짜고 매운 회를 해초와 함께 쌈으로 먹으면 그 자극적인 맛을 완화해 주고 위에 좋은 양배추와 함께 버무린 양념무침으로 속이 부대끼는 것을 방지해 준다. 그리고 김초밥은 회로만 충족되지 않는 하루 영양소를 회와 함께 보충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메뉴다. 이처럼 박 사장은 모든 음식에 음식의 궁합과 영향을 철저하게 고려했다. 또 봄에는 도다리 쑥국을 내놓고 여름에는 아귀탕을, 가을에는 삼식이매운탕, 겨울에는 물메기탕을 올려 제철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배려도 한다. 이 같은 박 사장의 경영방식은 독서가 가장 큰 도움이 됐다. 박 사장은 잠시 5붕의 쉬는 틈만 있으면 책을 펼친다.침대와 식당, 자동차 등 박 사장의 생활 반경에는 늘 책이 놓여 있다. 실제로 감포횟집의 한쪽 벽면은 책장으로 장식돼 있다. 매우 이례적인 풍경이다. 박 사장은 “책에서 인생의 길을 터득했고 책은 부모이자 남편 역할을 했다”며 “만약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면 내 인생에서 많은 실수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처음 식당 문을 열면서부터 철저하게 ‘저희집은 호객행위를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며 “대신 손님이 부르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미소로 달려가고 하루에 양말 1켤레가 구멍이 날 정도로 열심히 움직이겠다는 신념으로 식당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주소 : 감포읍 대밑길 12-54▲전화 : 954-775-7810▲위치 ; 감포읍 대본3리 이견대 아래 대밑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