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습니까? 믿습니다. 믿어라!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믿음에 대한 절대성, 무조건성을 강조하는 종교가 있는가 하면, 의심하라! 그리고 또 의심하라고 가르치는 종교도 있다. 전지전능한 절대 유일신(唯一神)을 신봉하는 종교의 입장에서만 보면 의심은 곧 불경(不敬)이며 이단(異端)이 아닐 수 없다. 　 대다수 인류는 과거 수 세기동안 절대 유일신의 강력한 영향력 속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계율을 벗어난 상상력이 허용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신이 그토록 전지전능한 독재자였다면, 자신이 만든 피조물에 불과한 인간에게 왜 이성(理性)이라는 프로그램을 심어 놓았을까? 그러니까 뚜렷한 자아의식을 가지고 스스로를 연구하는 유일한 생명체가 인간이라면, 자신을 창조한 신(神) 역시 인간의 연구대상에서 제외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었을 텐데 말이다.　 때문에, 나에게 신이란 믿음의 대상 이전에 연구의 대상이었던 것인데, 호기심 많은 나에게는 특정한 신뿐만 아니라 이 지구상 수많은 종족이 창안해 낸, 수많은 종류의 신들이 다 그 연구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외래 종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에도 우리는 과거 수 천 년 동안이나 천지신명 일월성신(天地神明 日月星辰) 그리고 조상신 등을 모셔 왔듯이, 종교 역시 특정시대 특정사회 문화의 일부분일 뿐이라는 것이 지금 나의 생각인데, 모든 분들의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그것이 내 개인적인 견해라는 점을 밝혀둔다.　 아무튼 특정 종교가 그 사회의 문화적 패러다임으로 굳어지면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이성적 판단이 그 사회에 형성된 보편적 가치와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인류 역사는 항상 기존 체계를 고수하려는 사람들 보다는 기존 패러다임에 저항하는 반동적 사고(思考)와 행동파에 의해 진보되어 왔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마치 돌연변이가 오히려 생명체의 진화를 촉진해온 것처럼, 문명의 진보 역시 혁신적 아이디어와 체제 변환의 노력이 그 동력이 되는 것인데, 지금 우리 사회의 돌연변이는 누구이며 그 우생학적(?) 돌연변이를 도태시키려는 자들은 또 누구일까?　 우리는 지금, 여러 계층의 다양한 갈등으로 매우 복잡한 이해 충돌과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가장 복잡함은 가장 단순함으로 수렴된다는 말이 있다.　 이 세상 만물은 불과 100종 내외의 기본 원소들로 구성되며, 그 원소들의 근원은 오직 수소(水素)라고 하는 단 한 종류의 원소일 뿐이라고 하지 않는가? 수 만 갈래의 지류도 거슬러 올라가면 단 하나의 발원지가 있을 뿐이듯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모든 혼란과 갈등의 근원은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잘못된 믿음에 있다는 것이 다름 아닌 내 생각이다. 　 사람들의 생각을 가두고 묶어버리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믿음이라는 것을 알기에 타인을 지배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늘 신의 권능을 빌리거나 아니면 스스로 신과 같은 존재가 되고자 하였다. 즉,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믿음으로 부터 나오는 것이기에….　 내가 보기에, 정치학의 고전으로 불리어지는`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지배자가 군중을 어떻게 속이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어떻게 잃지 않게 할 것인가에 대한 사기술 교과서와 같다고 생각되지만, 이 역시 모든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려는 것은 아니며, 다만 우민화(愚民化)가 불가능해 보이는 오늘 날에도 우민이 존재한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며,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이 있는 한, 제왕은 무치(無恥)이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을 제왕으로 섬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신앙도 사라지지는 않을 기세인데, 자신의 몸을 태워버릴 횃불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이나 자신을 가두어 버릴 쥐틀 속의 미끼를 보고 뛰어드는 쥐들도 그들의 선택이며 그들의 믿음일 뿐인 데, 여기서,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고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