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식당이 점점 사라져 가는 추세다. 매일 밥을 사먹어야 하는 직장인들이나 외지인들은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상이 한없이 그립지만 소위 ‘가정식 백반’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찾기가 어려워진 시대다. 이런 가운데 감포읍 나정1리의 옥이밥상은 어머니의 정이 가득 담긴 밥상과 같은 식단을 내놓는 반가운 식당이다. 김순미(50) 사장은 식당이 있는 나정1리가 고향이다. 김 사장의 어린 시절부터 가족과 친구들이 부르던 이름이 김순옥이었고 식당도 옥이밥상이라는 정겨운 이름을 붙였다. 김 사장은 지금의 자리에서 옥이밥상을 시작한지 10여년이 됐다. 그 전에는 인근 오류리에서 횟집을 15년간 경영했었다. 고향마을로 돌아와 다시 식당을 차리면서 김 사장은 고민했다. 횟집 경험이 많아 이 자리에서 생선회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시작할까 생각했지만 동해안에는 워낙 횟집이 많아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지역 주민과 인근 공사현장의 인부들, 주머니가 가벼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집밥을 제공하는 식당을 만들어 정성을 다해보자고 결론을 냈다. 옥이밥상의 대표 메뉴인 가정식 백반은 12가지 반찬이 올라 오지만 가격은 8000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회무침도 있고 생선구이도 있다. 회무침은 김 사장의 형부가 정치망 어선을 가진 어부여서 형부에게 잡어를 공급받아 신선한 회무침을 만들어 낸다. 또 고등어, 삼치, 가자미, 전갱이, 방어 등 100% 자연산 생선을 구워 푸짐하게 상에 올린다. 이 생선구이도 형부가 공급하는 생선으로 요리한다. 바닷가 마을의 백반집답게 육고기 보다 생선요리가 주로 자리를 차지한다. 혼자 식당을 찾는 손님을 위해 물회와 횟밥도 싼값에 내놓는다. 이 두 가지 요리는 역시 형부가 공급하는 신선한 생선을 사용하고 15년간 횟집을 운영했던 경험으로 회 전문 식당에 하나도 뒤지지 않는 수준의 음식을 만들어 낸다. 오히려 회 전문 식당의 물회와 횟밥은 어딘가 모르게 너무 정형화되거나 세련된 맛인데 반해 옥이밥상의 것은 어머니의 손맛이 묻어나는 깊고 편안한 맛을 낸다는 장점이 있다. 또 오래전 장터에서 맛보던 소고기국밥도 있다. 이 국밥은 하루 분량을 정해놓고 다양한 채소를 곁들여 김사장이 새벽부터 끓여낸다. 붉은색을 내는 매운 국밥이 아니라 순하고도 온갖 재료의 맛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끓인 소고기국밥은 허기에 지친 서민의 뱃속을 따뜻하고 든든하게 채워준다. 바닷가지만 동경주에는 동태탕을 제대로 요리하는 집이 없다. 김 사장은 여기에 착안해 동태탕도 메뉴에 추가했다. 아귀탕집은 많지만 저렴한 가격에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동태요리가 없는 지역에서는 반가운 메뉴다. 그리고 남자 손님들이 반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돼지찌개도 마련했다. 짜그리와 비슷하게 자작하게 끓인 돼지찌개는 약간 매운맛을 내면서도 남성 손님들이 즐겨찾는 음식이 됐다. 옥이밥상은 인근의 다른 식당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식당을 경영하는 김사장에게는 이윤이 많이 남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 김 사장은 “인건비와 재료비, 집세 등이 상승하는 현실에 저렴한 가격을 그대로 붙들고 있자니 힘에 겹다”며 “하지만 집에서 생산하는 채소와 형부가 공급하는 생선으로 서민을 위한 음식을 계속 만들겠다는 다짐에는 아직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김사장은 새벽 5시부터 일을 시작한다. 하루 동안 소비될 음식량을 가늠하고 준비를 해 신선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그리고 매일 밥상에 곁들이는 국을 바꿔서 끓여 단골손님들이 질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한다. 마을 주민들이 생산한 멸치와 미역 등으로 볶고 졸이면서 오늘 찾아올 귀한 손님들을 생각한다. 김사장은 “이윤을 생각하자면 이 식당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바보나 할 짓”이라며 “하지만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고 집밥처럼 배부르게 먹었다고 칭찬하시는 것에 힘을 얻어 앞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식당을 운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미 맛으로 소문난 바닷가 가정식 백반집인 옥이밥상은 8000원의 가격으로 맛있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가성비 높은 식당으로 정착했다. ▲주소 : 경주시 감포읍 동해안로 1963▲전화 : 054-744-3514▲위치 : 감포읍 나정1리 나정고운모래해변 건너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