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인 저는 산을 좋아하면서도 게을러터져서 산에 오르는 것을 꺼려하는 편이다. 해발 240고지 송화산 옥녀봉이 자택과 인접한 거리지만 과태한 탓에 움직이는 경우가 드물다. 나이가 다소 싱싱할 때는 한국의 명산과 유럽의 알프스까지도 둘러보았지만 지금은 영 자신도 없고, 마음도 후퇴하고 있다. 　 가끔씩 친구들이 산에 가자고하면 온갖 핑계를 대면서 면박을 준다. "애를 쓰고 거품을 물고 힘들게 올라갔다가 금방 내려올 거 뭣하러 가느냐" 하면서 양보와 꾀를 자주 부린다.　 그러던 차에 `역사유적지 탐방`이 계획된 한 단체의 권유로 걷는 걸음이 적은 곳이라 하길래 선뜻 동참할 용기가 생겼다. 　 먼 시간 어느 한 때 한 번 갔던 곳이지만 노랫말 가사에 자주 등재하기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트롯트 풍의 `울고 넘는 박달재`는 방송국 `가요무대`에서 방송 횟수 3위권이라 한다. 애절하고 비련한 사연이 담긴 노래라 60대 이상 노인층이 선호하는 곡이라 한다.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한사코 우는구나 박달재의 금봉이야` 박달재는 충북 제천시 문경새재 - 이화령 - 소백 산맥 가운데 있는 457미터의 고봉이다. 영남지방과 영서지방과의 주요 통로로 서울로 과거시험 보러가는 길목이다. `과거`란 문관·무관을 등용할 때 보는 시험의 총칭으로 지금 서울 성균관에 있는 곳이 고시 장소이다.　 지방 출신 선비인 `박달`은 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가다가 높은 재(고개)에서 날이 저물어 하룻밤을 쉬게 되었다고 한다. 우연히 마을 동네있는 금봉이와 애교관계가 이루어져 둘이 한양으로 나서게 되었다고 한다. 운수에 옴이 붙어 박달은 낙방했고, 금봉이는 귀향해 버렸다 한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에 박달이 다시 금봉이를 만났던 그 곳에 왔으나 이미 금봉이는 저세상으로 떠났다고 한다.　 아주 옛날부터 `박달재`에 관한 고사가 많은 곳이다. 고려시대 거란군의 침입으로 전란을 겪었던 격전지다. 충북 제천에 주소를 둔 박달재는 봄은 느리고, 가을이 일찍 찾아온다는 곳이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뒤섞임과 되새김이 얄궂고 변덕스런 고개라 한다. 곳곳에 석굴로 된 암자인 석굴암이 있는 것처럼 박달나무가 많아서인지 나무를 깎아 지은 목굴암(나무굴 암자)이 있어 명승지가 되었다.　 촘촘한 나무결이 살결로 변한 덩치 큰 목각인형들이 군데군데 서 있어 사랑스런 정감을 느낀다. 한 스님이 목굴암을 지은 배경에는 박달과 금봉이의 러브스토리가 있다. 내세에서나마 사랑을 이루도록 부처의 힘을 빌리자는 것이다. 　 사랑과 이별의 주제인 이 노래는 30년이 넘게 가요무대에 오른 온 국민의 응원가처럼 부른다. 가수 겸 작사가인 반야월(본명 박창오) 시인에, 작곡가 김교성, 노래 박재홍이 부른 트롯트 1위의 애창곡이다. 　 박달재는 외형상으로는 다소곳한 얌전한 고개다. 고개란 말은 산이나 언덕의, 넘어 오르내리게 된 비탈진 곳으로 사람의 나이를 뜻하는 숫자 뒤에 쓰이어, 그 나이를 비탈진 언덕에 비유하는 말로도 쓰인다. -70 고개를 바라보는 노인 등에 쓰이기도 한다.　 등산객들은 소문보다 참 아득한 산이라 금봉이에 대한 애사가 깃든 곳으로 모두가 좋아들 한다. 백두대간에 위치한 고개지만 초보자들도 걷기 좋은 정과 사연이 많은 한스런 고개다. 박달재는 종교와 역사, 설화와 신라, 예술과 통속, 조망과 관망, 옛것과 새것이 뒤섞인 비련이 절절한 곳이다.　 역사 해설사의 친절한 안내를 받고, 새로 난 길을(옛길) 마다하고 한양으로 과거시험보러 간 선비의 모습으로 옷깃을 가다듬었다. 넓은 길, 지름길이 생겼지만, 옛 박달재 넘어 봉양으로 가는 멋은 바로 운치가 깃든 곳이다.　 성황당 앞에서 이별을 앞둔 젊은 남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태어난 노래가 `울고 넘는 박달재`다. 한 사찰에 금봉을 기리기 위한 탑을 세우고, 음력 9월 9일에 위령제를 지낸다고 한다. 　 경상도 사나이 박달이 한양에 과거를 보러 꼭 거쳐야 할 곳 - 박달재, 많은 사람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웃으면서 넘은 고개가 되어 희비가 쌍곡선을 이룬다. 또다시 박달재를 찾는다면 어떤 감정으로 표출해야 할까. 숙제로 미루고 으스럼 달빛을 안고 숙연한 마음으로 하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