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빗소리가 참 운치가 있습니다. 우산에 떨어지는 소리, 땅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주차된 차에 떨어지는 소리, 나뭇잎에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 등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음악처럼 들립니다. 　 세상에는 많은 소리들이 있습니다. 빗소리, 시냇물 소리, 바람소리, 새(鳥)소리 또 사람의 목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귀가 듣는 능력에 한계가 있어서 대부분 사람들은 세상 소리들의 일부만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사람들 중에는 전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세상은 적막감이 감도는 조용한 곳이겠지요. 　 만약 누군가가 별과 달, 구름이 움직이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 사람은 더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요.　 일상의 평화로운 소리는 우리를 평온하게 만들어줍니다. 요즈음에는 커피숍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일을 해야 집중이 잘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튜브(YouTube)에서 도서관에서 책장 넘기는 소리와 도서관 생활음을 녹음하여 제공하기도 하고 이를 공부할 때 틀어놓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상대방의 소리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누구와 대화할 때는 상대방의 소리를 잘 경청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의 말에 응답을 할 때에도 부드럽고 조용한 소리를 내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소리가 좋은 관계를 만들어 줍니다.　 귀로 들리는 소리 외에도 마음으로 들리는 소리도 있습니다. 오랜 친구나 가족들은 상대방의 표정이나 태도를 보고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해하는 마음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에도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 지어다"라는 말이 있지요.　 최근에 루마니아의 피아니스트 알리나 베르쿠(Alina Bercu)가 연주하는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자주 듣고 있습니다.　  나는 알리나 베르쿠의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 위를 현란하게 움직이면서 내는 아름다운 소리를 들으면서 베토벤은 어디서 이 아름다운 소리를 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베토벤은 1796년부터 귓병을 앓기 시작하여 1800년부터는 정상적인 소리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난청에 시달렸고 1819년에는 청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기록에 나와 있습니다. 　 베토벤은 이러한 상황에서 피아노 협주곡 5번을 1809∼1811년에 걸쳐 작곡하였고 1811년에 이 곡의 연주회를 처음 가졌습니다. 외부의 소리를 분간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 곡을 완성했다는 것은 일반 사람들은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입니다. 아마 베토벤은 마음에서 들리는 소리를 악보로 옮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알리나 베르쿠는 피아니스트로서 베토벤이 악보에 기록해두었던 그 소리들을 아름다운 본래의 소리로 연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기쁘거나 슬프거나 힘들거나 괴로울 때에 음악으로 마음을 달랩니다. 우리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작곡자들과 연주자들 덕분에 위로를 받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감사함이 느껴집니다. 　 이제 가을의 소리가 들립니다. 곡식이 익어 가는 소리,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가 들리는 가을의 출발점에서 피아니스트 알리나 베르쿠(Alina Bercu)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을 들으면서 느끼는 생각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