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란 계절은 24절기 가운데 `갈`이 시작된다는 입추에서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까지의 날짜로 75일간의 세월이다.　 가을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파란 하늘과 오곡백과가 생각난다. 하늘은 땅 위에 높이 펼쳐져 있는 공간으로 한자로 대공(大空)이라 부르고 푸른 하늘을 가리켜 창공 또는 청천이라 부른다.　 수많은 문인들이 가을을 묘사하기로, 안개와 무르익은 열매의 계절, 여름이 타고 남은 초토, 서글프고 애닯은 계절, 천고마비, 등화가친, 과일의 아버지, 생활의 계절이라 풀이한다.　 필자는 외국에서 열리는 팬클럽 등 국제회의에서 만나는 문인들에게 종종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한국에 온 느낌이 어떠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고 의견을 나누었다. 먼저 한국문화에 호감이 가며, 기억해두고 싶은 것은 `한국의 가을하늘`이라 했다.　 `가슴으로 읽는 동시`에 아이의 눈으로 본 `가을하늘`을 이렇게 표현했다. 가을/ 하늘은/ 독수리도/ 탐이 나서.// 먼 산/ 위에서/ 뱅뱅/ 맴을 돌며// 며칠째/ 파란 하늘을/ 도려낸다/ 자꾸만.// 　 동시 작가 박두순 시인은 우리나라 하늘만큼 빛깔 고운 하늘이 세상에 또 있을까. 푸르러 눈이 시릴 정도로 깨끗하고 투명하다. 푸름의 깊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변영로 시인도, `어이없이도 새파랗다`고 읊었다. 외국사람들도 한결같이 우리 가을하늘을 곱게 탐낸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개된 동시에, 독수리도 가을 하늘에 푹 빠졌나 보다. 하도 좋아 오려서 집에 가져가고 싶은 모양이다.　 `며칠째` 먼 산 위에서 뱅뱅 맴을 돌며 파란 하늘을 도려내고 있다. 독수리가 산 위를 맴돌며 먹이 찾는 풍경을 `하늘 도려내는 것`으로 나타냈다. 맑다, 푸르다는 말 한마디 없지만 `도려낸다`는 말이 그 느낌을 다 풀어내고 있다. 시인의 아름다움을 찍어내는 그 미적감각에 너무 신선하여 눈이 부실정도로 상쾌하다. 동심의 눈으로 새롭고 참신한 마음으로 그려낸 가을하늘. 그 풍경이 어린이들을 가만가만 밖으로 불러들일 것이다.　 이제 누구나 그리던 가을이 왔다. 가을이 먼저 온 곳은 하늘이다. 풀잎이 가을을 만나면 빛을 바꾸고, 나무가 가을을 만나면 이파리를 벗는다. 그래서 어떤 문인은 가을을 형관(가시면류관)이라 한다. 이효석의 `가을 풍경`에 가을은 차고 이지적인 것이면서도 그 속에는 분화산(활화산) 같은 정열을 감추고 있어 그 열정이 의지를 이기고 폭발할 수도 있을 만큼 강렬한 힘이 가을이 지닌 감정이요, 성격이라 했다.　 진흙 속의 연꽃처럼 문학적 재능을 감추었던 한송(寒松) 김명숙 시인의 감미롭고 애절한 삶의 흔적을 시상(詩想)에 옮겨 뛰어난 기교가, 선점되고 있다. 참신한 시어(詩語)의 배열에 간결성이 첨삭되어 우수작으로 찬정되었다. 미려한 용모에 선량한 인품과 소성이 바른 선각시인으로 예찬받고 있는 유망한 기예를 가진 문인이다. 　 경북 영주의 전통있는 무섬마을을 순유하면서 그의 시작(詩作) `무섬 강마을`이란 절묘한 수작을 남겼다. 추경이 고운 내성천 상단/ 은하교 하나/ 화관쓰고 상견하여/ 꽃상여 탄다는/ 한스런 무섬마을.// 예쁜시절 애순에 출가한/ 전생에 남은 유적지/ 아쉬운 설움이 강물로 흐르고// 바람처럼 가는 초로 인생/ 가을 밤 총총별 뜨는/ 달빛 난간에/ 보석으로 빛난다.// 　 찬 서리 깊은 밤 - 가을도 점차 깊어가고 있다.　 아름다운 전설의 고장 - 무섬 강마을. 한송 김명숙 시인이 천거한 시풍에 감동을 받아 심금(마음의 거문고 소리)을 울린 무섬마을로 모두 당장 달려가고 싶은 충동에 가을의 정취를 듬뿍 느끼게 한다. 정말 감격스럽고, 여운을 남긴 정형시다. 　 이병기의 `가람문선`에도, 들마다 늦은가을 찬바람부네/ 벼이삭 수수이삭 으슬으슬 속삭이고/ 밭머리 해 그림자도 바쁜 듯이 가는구나/ 무 배추 밭머리에 바구니 던져두고/ 어린 아기 안고 앉은 어미 마음/ 늦가을 저문 날에도 바쁜 줄 모르네.//　 풀벌레 소리가 요란한 밤. 가을하면 문학과 시인의 계절이라 한다. 신예 한송 김시인의 `무섬 강마을`을 다시 음미하는 깊은 감회로 잊혀져 간 지난 날이 새삼스럽고, 다시 맞이하는 가을의 낭만이 밝은 내일을 비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