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옛날 음식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삶의 환경이 바뀌고 수준이 높아지면서 식생활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수십 년 전 밥상에 올라왔던 것들은 어느 사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풍성한 먹을거리로 대체됐다. 먹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대체로 사라진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먹었던 음식이 그리울 때가 있다. 특히 중장년층들은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먹을거리를 찾아 나서는 경우가 많다. 문무대왕면 어일리의 창성숯불갈비는 바로 그런 그리움을 충족시켜주는 식당이다. 이 창성숯불갈비의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사장 정선자(59)씨의 러브스토리를 먼저 언급해야 한다. 정 사장은 10대 후반 고향 울진을 떠나 돈벌이를 위해 부산으로 내려갔다. 서면의 한 식당에 취업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때 식당의 주방장이었던 김길홍(65)씨를 만났다. 김씨는 맛있는 음식을 정 사장에게 은근슬쩍 건네기도 하면서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서로 의지하면서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달랬다. 정 사장의 친정아버지는 “돈 벌러 대처로 나간다더니 연애질만 했다”고 타박하기도 했다고 한다. 객지에서 만나 사랑을 싹틔운 이들은 결혼을 하고 문무대왕면 어일리로 정착을 했다. 어일리에서 식당업을 시작한 것은 30년 남짓 되지만 김길홍씨의 주방장 경력까지 합한다면 40년이 넘는 세월 음식을 만들어 배고픈 사람들의 허기를 달랜 셈이다. 창성숯불갈비의 주메뉴는 돼지갈비와 갈비탕, 육개장이다. 서민 음식의 대표적인 메뉴인 돼지갈비는 김씨 특유의 조리실력이 발휘된다. 다른 식당의 돼지갈비는 맛을 내기 위해 약재 등 다양한 재료를 첨가하지만 김씨는 개운한 맛을 내기 위해 간장과 과일즙 등 가장 기본적인 양념만 한다. 여기에 김씨가 사용하는 간장은 대형 브랜드 간장이 아니라 그가 젊은 시절부터 사용했던 부산의 어느 특수한 간장이다. 이것에 창성숯불갈비만의 독특한 맛을 내는 비법이 있다. 고기의 잡내가 나지 않고 부드러우면서 개운하고 특유의 풍미가 느껴진다. 갈비탕은 창성숯불갈비에서 가장 많이 찾는 음식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100그릇 이상이 팔릴 정도로 손님들은 식당 문에 들어서면서부터 “갈비탕 주세요”를 외쳤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매출이 반토막 났지만 여전히 점심시간에는 갈비탕을 가장 많이 찾는다. 창성숯불갈비의 갈비탕은 30~40년 전 우리가 먹었던 갈비탕 맛을 그대로 낸다. 최근 대부분의 식당에서 내놓는 갈비탕은 고기가 두툼하고 씹을 것이 많지만 국물이 갈비탕의 진한 맛을 내지 못한다. 그러나 창성숯불갈비에서는 한우 양지를 2시간 이상 삶고 뼈를 최소한 4시간 정도 고아 육수를 내기 때문에 진하고 깊은 맛을 낸다. 정 사장은 “남편이 주방장을 하던 젊은 시절에 만들었던 음식의 맛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며 “옛맛을 즐기는 한번 방문했던 손님이 단골 돼서 찾거나 소문을 듣고 옛맛을 즐기러 오는 손님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창성숯불갈비의 냉면도 김씨가 직접 면을 손으로 뽑고 육수를 만들만큼 정성을 다한다. 김씨는 “젊었을 때 부산의 사리원 냉면집에서 배운 냉면 비법을 지금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갈비탕에 고추기름을 넣고 각종 채소를 첨가해서 끓인 육개장도 인기 메뉴다. 칼칼한 국물맛에 진한 육수가 풍기는 구수한 맛이 어우러져 땀을 흘리며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손님들이 많다. 육개장에 들어가는 고기와 신선한 채소는 사시사철 보양식으로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 정 사장은 “손님들에게 속임 없이 있는 그대로 정성을 다해 상을 차린다”며 “손님들에게 부모나 형제 같다는 생각으로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고 했다. 그만큼 창성숯불갈비는 순박하고 두터운 시골인심이 그대로 묻어난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나누고 가정을 이뤘으니 그때의 고생을 생각하면 장사치의 흔한 잇속이 생길 리가 없을 것이다. 7년 전 지금의 건물을 지어 정착한 창성숯불갈비의 정 사장 부부는 “빚을 내 땅을 사고 집을 지었지만 열심히 노력하다 보니 이제는 거의 다 갚아 간다”며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내 집을 마련해줬다고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해 은혜를 갚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소 : 경주시 문무대왕면 경감로 2449▲전화 : 054-772-9288▲위치 : 문무대왕면행정복지센터에서 북동쪽으로 300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