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워진 개밥그릇 씻겨주러 소나기가 다녀갔다금이 간 사기그릇 줄무늬가 실핏줄만큼 또렷하다한 번도 넘칠 줄 몰랐던 개밥그릇에 물 가득 고이자참새가 목을 축이고 잠자리가 손발을 씻고 갔다저녁노을 잠시 물그릇에 얼비치는가 싶더니배고픈 저녁은 금방 검은 빛으로 몰려들었다기다렸다는 듯 빈 그릇에 내려앉은 개밥바라기 별참방참방 물장구치며 혼자 놀고 있을 때어디 먼 길 다녀오기라도 했을까진흙 가득 묻은 발로 깜둥이가 돌아 왔다보드라운 혓바닥으로 개밥그릇 속 별들달 지나는 하늘 쪽으로 던져올려 주더니늦은 귀가 신고라도 하듯 컹컹몇 번 짖다 턱을 괴는 눈빛이 젖어 있다 -전인식,`빈 개밥그릇` 전인식 시인은 경주 출신이다. 최근에 아름다운 시집, `모란꽃 무늬 이불 속`을 상재했다. 　 시란 무엇인가? 시란 시인이 느낀(체험) 마음을 독자들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주면서 독자들을 감동시키는 언어 예술이다. 　 시는 우리 삶 가까이 있다. 삶 속에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더러워진 `빈 개밥그릇`에 개밥 말고 무엇이 담기고 있나?　 소나기가 다녀간 후 개밥그릇에 물이 고인다, 고인 물에 참새가 목을 축이고/ 잠자리가 손발을 씻는다 (아, 재밌다) 그리고 저녁노을이 빈 그릇에 찾아오자, 때 맞춰 개밥바라기별 (금성)도 참방참방 놀러 온다.　  시인의 풍부한 상상력이 빛을 발한다. 이 시의 매력이고 시 읽는 재미다. 　 개밥바라기별이 놀고 있을 때 , 주인 없어 밥을 굶던, 이웃집 깜둥이(불쌍한 개)가 진흙 묻은 발!로 돌아온다. 　 그리고 혓바닥으로 달 지나는 하늘 쪽으로 별들을 던져 올린다! 깜둥이가 턱을 괴고. 젖은 눈빛이다. 　 쓸쓸해진 개의 마음과 인간의 마음이 하나로 겹쳐진다 시인의 관찰력과 삶을 통찰하는 눈이 예사롭지 않은 작품이다. 　 개 밥줄 시간이다. 불쌍한 깜둥이가 섭섭지 않게 개밥이나 잘 챙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