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말을 하는 동물이다. 생각이 말을 만들지만, 말이 생각을 이끌기도 한다. 생각은 팔과 다리를 움직이게 하고, 행동하게 하여 결과를 만든다.그런데 행동이 따르지 않는 말이란 한낱 공허한 잡음일 뿐, 침묵보다 못한 것이기에 격언에 `침묵은 금`이라는 말도 있고, 특히 불가(佛家)에서는 입으로 떠드는 설법보다 손짓이나 행동만으로 큰 깨달음을 주기도 하였다.　 정보통신학의 관점에서 보면, 언어란 개체와 개체 간에 의사소통을 위한 일종의 프로토콜(통신규약)을 의미하는 것인데, 언어가 인간만의 전유물인 것 같지만, 동물들도 개체 간 의사전달을 위한 최소한의 신호체계(언어)가 있다는 것이 동물학자들의 지배적 견해로 보인다.　 그리고 인간들 역시 원시사회로 갈수록 어휘가 단순하고, 문명사회가 될수록 어휘가 복잡해지게 되는데, 우리가 문명인(?)이어서 그럴까? 요즘 우리사회는 너무 언어가 남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입 없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입 달린 사람 모두가 자기 말만 떠들고 있으니, 언어의 본래 목적인 의사소통은 없고, 음성다중 소음만 가득하여 그저 귀를 막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예수(Jesus)는 사막으로 들어갔으며, 석가모니(釋迦牟尼)는 깊은 숲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가부좌를 틀었다. 그리고 조주(趙州)는 동굴 속에서 10년간 아무 하고도 대화를 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 큰 도(道)를 얻었다 하였다.　 우리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말을 해야 하고, 또 누군가의 말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심지어 잠을 자면서도 머리맡에 놓인 스마트폰에서 울려나오는 잡다한 소리에 비몽사몽(非夢似夢) 잠을 설치기 일쑤이다. 이런 증상을 스마트폰 중독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언어중독이라 해야 할까?　 말, 말, 말! 역사 이래 오직 말(言)을 업(業)으로 하는 사람들의 수가 요즘처럼 많은 적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누군가가 무슨 말을 하면, 그 말이 말을 만들고, 그 만들어진 말에 또 말이 많다. 음해(陰害)와 검증(檢證)은 구분되지 않고, 옳은 말이 틀린 말이 되고, 틀린 말도 옳은 말이 되니 옳은 말도 그른 말도 없이 모든 말이 소음 속에 매몰되어 잡음으로 버무려 진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반복해서 들으면 듣기 싫어진다는데, 허구한 날 다를 것도 없는 주제에 같은 말을 낡은 LP판처럼 무한 반복하면서 매번 `좋아요`를 클릭해 달라고도 한다.　 입만 열면 구토 물을 쏟아놓는 소리도 표현의 자유라니, 언어가 이렇게 왜곡되고 피폐해진 자유를 누린 세상이 또 있었을까? 입안의 성대에서만 나오는 말을 잘해 출세를 한 사람도 있겠지만, 세치 혀를 잘못 놀려 망한 사람이 너무 많다.　 훌륭한 음악가는 불과 7음계로도 아름다운 음악을 창조한다. 많은 어휘를 나열한다 해서 유식하거나 잘 하는 말은 아닐 것이며, 말이란 진실(眞實)이 담겨있어야 참 뜻이 전달되고, 참 뜻을 가진 발성(發聲)을 일컬어 우리는 말이라 칭하였다.　 어느 학승(學僧)이 큰스님에게 묻는다. "스님! 경(經)에는 모든 미물 중생이 본래 불성(佛性)을 지녔다 하였는데, 마당에 누워있는 저 개(犬)에게도 불성이 있을까요?" 큰 스님이 즉시 대답한다. "무(無)!"　 내가 지금껏 들은 말 중에 가장 간결하고 또 정확한 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숱한 학승들이 `조주의 무`字 공안(公案)을 타파하기 위해 시선을 코끝에만 모은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다가 사시(斜視)는 물론 무르팍에 관절염을 얻은 사람이 부지기수라 하였지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