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해생(乙亥生) 안씨 할머니가 이제 와서 한글을 깨쳐보겠다고 검정고시원에 딸린 한글반 학생이 된 까닭은 전주가는 버스를 탔는데 진주에 부려지고 싶지 않아서다 아니,어느 날 저승에 가서도 그럴까 더럭 겁이 나서다. 거기선 글자 하나 잘 못 읽으면 영판 엉뚱한 세상으로 간다지 않는가 길 한번 잘 못 들면 한 칠만 팔 천리 쯤 엇나가서, 고쳐 잡자면 이천 삼백년쯤 걸린다지 않는가 한글 공부가 쉬이 끝나면, 한자도 조금 익혀 볼 생각이다그 나라 공문서는 아무래도 한자가 많이 섞여 있을 것 같아서다. -윤제림,`안씨의 공부` 을해생, 안씨 할머니의 늦은 한글 공부가 시의 소재다. `을해생`이니까 올해 87세가 된다. 　 요즘 한글을 깨친 칠곡 할매들 시집 얘기가 시중의 화제다. 삐뚤빼뚤한 초딩의 글씨체 같은 `할머니 체`의 `한글서체`도 시중의 인기서체다.　 시가 뭔지도 모르는 할머니들이 `시를 쓴다!` 시는 쓰기가 어렵다는데… 할머니들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시편들이 사람들에게 왜 감동과 재미를 줄까? 그 이유는 뭘까?　 시창작의 기법에 `시치미 떼기` 방법이 있다. 시인은 `안씨의 공부`에서 `시치미 떼기`의 기법을 차용하고 있다. 안씨 할머니는 한글 공부가 끝나면, 한자 공부도 좀 할까? 생각중이다. 　 그런데 그 한자공부 하는 이유가 재밌다. "그 나라 (저승 나라) 공문서"는 아무래도 한자가 많이 섞여 있을 것 같아서란다!　 또 "그 나라"(저승 나라) 에선 글자 하나 잘 못 읽으면, "한 칠만 팔천리쯤!" 엇나가고, 그걸 고쳐 잡자면 "한 이천 삼백년 쯤!" 걸린다고 하기 때문이다. 　 미당 서정주 시인은 서역은(저승?) 삼만리 라고 했던가? 저승에 가서도 한글과 한자 공부가 중요하다니!　 공부에는 끝이 없다. 직업이나 귀천이 없다. 인생의 긴 여정은 끝없는 공부와의 싸움이다.　 끝없는 구도와 순례의 길이다 인간은 보다 나은 내일의 삶을 위해 오늘도 낯선 풍경, 낯선 길 위에 선다. 죽을 때 까지 스스로 변하기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도 끝없는 순례의 길과 무엇이 다르랴. 나도 내일은 도서관에 가서 매미소리나 들으며 하루 종일 독서삼매에 빠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