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도에 발표된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은 금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21세기 영미문학을 대표하는 소설임에 부인할 사람은 없다. 이 소설만큼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소설 또한 없다. 전세계 누적 판매 부수가 7,000만부가 넘어서고, 매년 미국에서만 25만부, 세계적으로 50만부 이상 판매되는 어마어마한 판매량의 책이다. 한국에서도 829주 동안 한번도 빠짐없이 판매되고 100쇄를 돌파한 책이다. 　 한편으로는 이 책은 일탈과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과 여과 없는 표현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미국 고등학교와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검열을 받은 책이다. 아울러 미국 시민들로부터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비치하지 못하도록 금서(禁書) 지정 요청이 쇄도한 책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존 레넌을 죽인 암살자 마크 채프먼은 경찰이 올 때까지 태연히 이 책을 읽고 있었다. 법정에서도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어야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존 F 케네디 암살자인 리 하비 오스왈드도 살인의 동기를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얻었다는 충격적 증언을 하였다. 　 레이건 대통령의 암살을 시도한 존 힝클리어 주니어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모두 홀든 콜필드에 심취했던 자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이 책을 핑계 삼아 그들의 범죄를 정당화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호밀밭의 파수꾼>을 암살자의 바이블, 암살자의 교과서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어쩌면 루저들의 책, 외로운 늑대들의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이 세상에 나오자 저자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찾아온 그들 대부분은 책의 주인공이 바로 나이며, 바로 나를 위한 책이라고 말했다. 　 주인공 홀든 콜필드와 자기 자신을 동일시한 감정이입의 결과에 따른 현상이다. 이처럼 책 속의 인물과 하나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공감력 높은 이야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삐딱하게 읽은 오독의 결과로 여겨진다. 　 샐린저가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노벨 문학상의 극작가 유진 오닐의 딸 우나 오닐을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기 때문이었다. 글을 좋아하는 그녀를 마음을 얻기 위해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청강생으로 문예반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만난 휘트 버넷 교수는 그에게 단편보다는 장편 쓰기를 권유하였던 것도 호밀밭의 파수꾼 탄생의 배경이 되었다.　 군대 생활중 그가 흠모하던 우나 오닐이 아버지뻘의 잘 나가던 당대의 찰리 채플린과의 결혼소식을 접하고 충격이 빠진다. 열여덟 살 그녀와 늙은 영감과의 결혼은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그리고 격렬한 노르망디 최전선에 참가하여 무수한 죽음들을 목격한 그는 전쟁의 트라우마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군대에서도 펜을 놓지 않았던 그는 제대 후 본격적 글쓰기에 전념하였으나 매번 보낸 원고는 퇴짜맞기를 반복했다. 　 침체기 중에 우연히 접한 동양의 철학과 사상이 그를 바꿔놓았다. 스승은 그에게 주목받고 싶고, 인기를 얻는 작품을 쓸 것이 아니라 몸속에 있는 것들, 밖으로 나오고 싶어하는 간절한 것들을 쓰라는 가르침을 얻고서야 샐린저는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 　 성공의 비결은 바로 진실한 자기 체험과 내면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책 속의 주인공 홀든과 소설가 샐린저는 여러모로 많이 닮은 사람임을 잘 알 수 있다.　 샐린저는 사진 찍히기를 극도로 싫어하고 사람과의 접촉을 싫어했다. 1965년부터는 아예 코니시 산속 작은 마을에 은둔생활을 시작했다. 성공의 정점에서 홀연 사라진 것과 다름없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비롯한 많은 영화감독들이 호밀밭의 파수꾼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제의하였으나 책 속의 주인공 홀든은 근본적으로 연기가 불가능한 인물이라며 거절했다. 하지만 샐린저와 관련된 영화들은 많이 만들어졌다.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는 작가의 삶과 소설이 탄생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10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제작된 다큐 영화 `샐린저`가 있다. 이외에도 이 소설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영화들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그의 금고에는 작가 사후 어느 때 공개가 예정된 작품들이 있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공개된다면 호밀밭의 파수꾼만큼이나 사회적 이슈를 가져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