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자력본부 주변 상가에는 다양한 먹을거리를 골라 즐길 수 있는 식당이 많다. 그러나 월성본부의 야간 근무자들이 퇴근할 때 출출한 속을 달랠만한 식당은 그리 흔치 않다.  그 가운데 고향막창은 늦은 밤에도 고픈 배를 채우거나 칼칼한 목을 축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식당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고향막창은 오후 느지막이 문을 연다. 월성본부 직원들이 퇴근할 무렵을 맞추기 위해서다. 퇴근과 함께 삼삼오오 저녁을 먹거나 간단한 술자리를 마련할 때 고향막창은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식당이다. 그리고 야간 근무자들이 퇴근해 피로를 털어내는 자리가 끝날 때까지, 그것이 새벽 3시가 되든 4시가 되든 묵묵하게 곁을 지킨다. 남영자(53) 사장은 약 15년 정도 막창 요리를 전문적으로 해 왔다. 막창은 돼지의 위 부분을 다듬어 만드는 음식이다. 우리나라의 막창 식당은 상당 부분 미국산 막창을 많이 사용하지만 남 사장은 처음부터 국내산 막창을 고집해 왔다. 남 사장이 처음 막창 전문점을 열었을 때 밀가루와 소금을 섞어서 버무리고 잡냄새를 제거한 후 삶아서 냈지만 지금은 키위 등 과일을 넣고 생막창을 숙성시켜 내놓는다. 세월이 지나면서 남 사장만의 연육 방법이 달라진 것이다. 삶아서 낼 경우 부드러운 식감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생막창을 숙성시켜 낼 경우 쫄깃한 식감과 막창 특유의 맛이 살아있어 손님들이 더 선호한다고 한다. 막창을 장만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남 사장은 “막창 요리는 여자가 하기에는 버거운 일”이라고 했다. 막창의 잡냄새를 없애기 위해서는 밀가루와 소금, 그리고 소주를 섞어 버무리고 치대다가 흐르는 물에 약 반나절을 씻어내야 한다. 그리고 과일에 절여 18도를 유지한 채 이틀 정도 숙성을 시킨다. 이 복잡하고 힘겨운 과정을 모두 남 사장이 손수 하기에 손목과 허리 보호대를 착용하고 견딘다고 했다. 고향막창의 막창이 특별하게 맛있는 이유는 이 같은 남 사장의 정성이 들어가 있기도 하지만 남 사장이 특별하게 만든 소스에도 그 비밀이 있다. 다른 막창집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매콤하고 구수한 된장 소스는 고향막창을 찾는 고객들이 만족해한다. 남 사장은 된장과 양파, 배를 갈아 넣고 거기에 매운 고추를 넣어 특별한 소스를 개발했다. 인근에서 소문이 난 막창 전문거리는 울산시 중구 병영동의 막창 골목이다. 고객들은 고향막창에서 남 사장의 음식을 먹고 나서는 “울산 병영의 막창보다 맛있다”고 호평을 한다고 했다. 막창은 서민들의 음식이다. 직장인들이 밥이나 술안주로 선택하기에 부담이 없다. 고소하면서도 바싹한 막창의 식감은 밥반찬으로, 술안주로 손색이 없다. 고향막창에는 막창과 함께 삼겹살도 정성스럽게 내놓는다. 한돈을 사용한 고향막창의 삼겹살은 항상 신선한 육질을 유지한다. 남 사장은 늘 필요한 양 만큼만 매입해 재고를 없애기 때문에 손님상에 오를 때는 최고의 육질을 가진 삼겹살이 되는 것이다. 고향막창의 삼겹살 메뉴는 해물류와 조합을 이루는 특별한 것이다. 돌문어와 낙지, 전복을 삼겹살과 함께 구워 먹을 수 있다. 삼겹살과 해물의 조화는 얼핏 의아스럽지만 남 사장은 “의외로 궁합이 잘 맞아 고객들이 매우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또 육류를 잘 먹지 않는 고객들이 동료들과 어울릴 때 해물만 골라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남영자 사장은 “나아리에서 식당을 마련하고 나서 밤 12시 이후 퇴근하는 야간 근무자들을 위해 따뜻한 밥과 요리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에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기로 결정했다”며 “정성을 다한다면 그 진심이 통할 것이라 생각했고 지금은 단골 고객들에게 그 진심이 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 사장의 그 정성이 통했는지 지난 2016년 경주 지진이 났을 때나 지난해 코로나19가 발생한 후에도 매출 변화가 없다고 한다. 한결같은 정성으로 손님을 대하며 고향막창만의 맛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 비결이 됐다는 것이다. ▲주소 : 경주시 양남면 나아2길 4 ▲전화 : 054-774-7014▲위치 : 읍천교차로에서 동쪽으로 200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