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체도 맛도 냄새도 무게도 없이 오직 디지털 코드로만 구성된 `비트코인`이라는 얄궂은 존재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났다. ICT 관련 직업 종사로써 비록 일천한 지식이지만, 나는 대략 2년 전 쯤에 `비트코인의 실체`에 대한 글을 일간지에 3회 연재한 바 있는데, 그 후 비트코인이 잠시 세간의 관심에서 좀 멀어지는 듯 하더니 최근 LH 관련 부동산 이슈와 함께 다시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우리나라 거대 정당의 당 대표가 된 한 젊은이가, 비트코인으로 거금을 벌었다고 스스럼없이 자랑하며, 특별한 치부 수단을 찾기 어려운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것이 하나의 기회일수도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에 아연하지 않을 수 없었는바, 나는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비트코인`의 실체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내 나름의 견해를 적어보기로 한다. 　 우리는 왜 도박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일까? 따지고 보면 `도박` 역시 사기도박이 아닌 다음에야, 약속된 룰에 따라 돈을 걸고 행하는 개인과 개인 간의 공정한 게임일 뿐인데 말이다. 　 풍부한 자연 산물에 비해 개체 수가 매우 희박하던 수렵채취(狩獵採取)시대의 원시 인간사회에서는 화폐 같은 것이 필요하지도 존재하지도 않았겠지만, 인구가 증가하고 사람들이 모여 거대한 공동체를 이루면서, 직접 물물교환 보다는 화폐를 매개로 하는 거래의 효율성이 인지되자 소위 우리가 `돈`이라 칭하는 화폐를 쓰게 된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돈`이란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지만, 공동체 내에서 집단으로 부여한 하나의 신용증서로써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어떤 실물과 치환될 수 있는 액면가를 가지게 된다.　 즉, 돈이란 오직 가치 교환의 목적으로 고안된 공인 매개체인 것인데, 그 수단 자체를 개인이 수익화하는 것은 본래의 목적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인간의 노동력으로 생성되는 다양한 가치 창출의 의욕을 말살시키고 또 강한 중독성까지 드러내기 때문에, 그 역시 공동체가 합의한 법에 의해 대부분의 문명국에서는 도박을 범죄로 규정하게 된 것이 아닐까?　 `비트코인` 역시 다수의 사람들(게이머)이 공동으로 부여한 액면가를 지닌 일종의 화폐라 주장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지만, 내가 보기에 그것은 카지노 도박장에서 일시적으로 가치 치환을 위해 사용되는 `칩`과 같은 것이기에 시작된 도박판이 끝나면 아무도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없는 게임도구에 불과한 것이라는 얘기다.　 흔히 디지털 화폐와 비트코인을 혼동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 디지털 화폐는 이미 익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요즘 현금 다발을 소지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드물고, 대부분이 전자카드나 뱅킹 등을 이용한 온라인 거래를 하고 있는 바, 사실 돈은 이미 디지털 코드(비트신호)로 대체되어 있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개념도 아니지만, 별로 필요하지 않을 것만 같은 지폐 발행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그간의 어떤 정서적 문화적 관성에 불과할 뿐이라 생각된다.　 비트코인의 실체와 개념에 대해서는 지난 기회에 충분히 논한 바 있기에 이쯤에서 생략하고, 끝으로 현재 청년 세대들의 치부 기회와 세대 간 불평등에 대해 좀 언급하자면, 물론 기성세대들이 부동산으로 일확천금 졸부의 기회를 가졌다면, 현재 비트코인으로라도 치부의 기회를 가지려는 신세대들을 탓할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가? 라는 질문은 당연하다. 　 그러나 행위에 대한 합법성 여부에 앞서, 누군가의 불행(손해)을 먹이로 하는 투기행위가 어떤 것이든 결코 선행일 수는 없기에 답습하지 않는 것이 옳고, 청년들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회 제공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전에, 투기하지 않고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 방법은 없는가? 라는 질문이 우선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