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고향집에 들린 적이 있었다. 처음 보는 강아지가 먼저 대문 틈새로 튀어나와 더 할 수 없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고향집에 살고 있는 큰누나가 깐돌이라고 불렀다. 아는 분으로부터 한 마리 얻었다고 했다. 내가 지난번에 왔을 때는 없었던 걸로 보아 나이가 6개월 정도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깐돌이는 우리가 좋은지 연신 뛰어 오르고 꼬리를 흔들며 심지어 오줌을 지리기도 했다. 얼마나 반가우면 오줌까지 싸면서 기어오를까 생각했다. 깐돌이는 누나의 마음을 아는 것 같았다, 누나의 마음과 똑같은 마음으로 반가워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시골집에는 까미라는 개도 있다. 까미도 내가 가면 늘 반기고 좋아한다. 까미는 지난번에 닭을 물어 죽인 일이 있었고 그 이후로 누나가 감나무에 묶어 두었다. 깐돌이는 닭들과 잘 놀며 잘 지낸다고 누나가 칭찬 겸 설명을 해주었다. 　 깐돌이가 우리가 시골집에서 머무는 동안 계속해서 다가와서 지나치게 부비고 감정표현을 하자 누나가 작대기를 집어 던져 깐돌이를 제지했고 그 이후 깐돌이는 거리를 두고 저만치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가 짧은 시간 고향집에서 머물다가 떠나려고 할 때 깐돌이와 까미는 멀리서 우리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까미는 묶여서 깐돌이는 누나한테 혼이 났기 때문에 다가오지 못하고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었다.　 나는 고향집을 떠나온 이후에 깐돌이와 까미가 마음에 걸렸다. 깐돌이는 아직 어린 강아지인데 누나가 작대기를 집어 던져서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신경이 쓰였고, 까미는 나무에 묶여 자유를 속박 당하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을 했다.　 깐돌이와 까미를 생각하면서 인생들도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까미와 같이 주위사람들과 잘 지내지 못하고 상처를 주며 자기 자신을 스스로 나무에 묶어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깐돌이처럼 주위사람들과 잘 소통하고 잘 지내는 친화력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생각 없이 다가가면 깐돌이처럼 상대방이 불편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dog)만큼 사람의 마음을 알고 공감하는 동물은 없을 것이다. 개는 늘 사람들과 같이 우리들의 곁에서 살아왔다. 그래서 개를 반려동물이라고 한다. 최근에 산책을 나가보면 열에 서너 명은 개와 함께 산책하는 것을 본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강아지를 유모차에 싣고 다닌다. 또 안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며칠 전에는 개성이 있게 생긴 불독 한 마리가 주인과 함께 자동차의 창문을 열고 드라이브를 하는 것을 보았다. 강아지를 사람과 똑같이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십여 년 전에 아들이 미국 미네소타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 어느 날 전화가 왔었다. 홈스테이 하는 집에서 키우던 몇 마리의 개중에서 한 마리가 사고로 죽었는데 온 가족이 며칠째 울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같이 울어야 할지 입장이 난처했으므로 그런 질문을 했을 것이다. 개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정도는 미국이 더 심한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주인과 함께 비옷을 입고 지나가는 개를 본적이 있다. 나는 개가 우비(雨備)를 입은 건 처음 보았다. 우비뿐만 아니라 개 껌, 개 티셔츠, 개 청바지, 모자, 신발, 선글라스 등 다양한 개를 위한 제품들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또 전국적으로 반려동물 관련 산업 전시회도 개최되고 있다.　 우리 생활 속에 개와 관련된 속담도 많다. "개보다 못한 사람", "개가 웃을 일이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개 팔자가 상팔자" 등 개와 관련된 속담들이 너무나 많다. 그만큼 우리 인간과 개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말일 것이다.　 최근에는 결혼하는 사람도 줄어들고, 태어나는 애기도 줄고, 혼자 사는 사람은 늘고 해서 반려견의 숫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개 관련 산업도 더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 고향집을 지키고 있는 까미와 깐돌이를 생각하면서 드는 단상(斷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