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양남면 나산리는 월성원자력본부와 인접한 마을이지만 한적한 시골에 속한다. 약 200가구에 400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는 마을 입구에 양남면에서는 가장 큰 식당이 하나 버티고 있다. 도대체 이 궁벽한 산골에 무슨 식당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유쾌한 성품의 주인이 빚어낸 맛깔나는 음식으로 식사시간이면 32개 테이블이 모자랄 정도다. 4년 전 울산 북구에서 식당을 하다가 불현듯 귀촌한 주옥숙(58) 사장의 `시골쌈밥`이다. 주 사장의 고향은 양남면 석촌리다. 고등학교를 울산으로 진학하면서 객지 생활을 시작했지만 늘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울산의 식당을 팔고 나산리 초입의 건물 하나를 매입해 식당으로 꾸며 문을 열었다. 시골쌈밥은 양남면에서 유일한 쌈밥집이다. 쌈밥은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외식 메뉴 중 하나지만 차별화된 식단을 차려내지 못한다면 그리 선호하는 메뉴도 아니다. 하지만 주 사장은 자신의 손맛을 최대한 살리고 `정성`과 `부지런함`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생각했다. 손님의 식탁에 오르는 반찬 하나하나에 집밥의 느낌이 물씬 풍길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고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 자리에 앉으면 바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하는 부지런함을 발휘했다. 시골쌈밥의 대부분의 고객은 인근 월성본부 직원들이다. 점심시간에는 신속하게 식사를 하고 다시 업무에 복귀해야 하기 때문에 지체없이 식탁을 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주 사장은 고객의 숫자만 확인하고 바로 음식을 내놓는다. 고객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주 사장이 차려주는 밥을 먹어야 한다. 계산서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이유다. 계산할 때 몇 사람이 밥을 먹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그러면서도 까다로운 직장인의 입맛에 맞게 제대로 된 맛을 내야 하고 식재료도 가장 좋은 것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주 사장은 자신의 식당 건물 옥상에 텃밭을 만들고 쌈밥의 주재료인 채소를 직접 기르기 시작했다. 옥상에서 기르는 채소는 상추, 열무, 마늘, 시금치 등이다. 그리고 고향 석촌리의 200평에 이르는 밭에도 채소를 재배했다. 이곳에는 주로 뿌리작물인 고구마, 고추, 무, 가지, 호박, 양파 등을 재배한다. 직접 기른 채소가 모자랄 경우에는 주 사장이 직접 인근 울산의 대형 식자재 마트에 직접 방문해 최대한 신선한 채소를 골라서 매입한다. 패스트푸드점 보다 빠르게 음식이 나오지만 고객의 건강과 즐거운 식사를 위해 주 사장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 같은 주 사장의 노력으로 식당은 호황을 맞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매출이 30% 이상 급감하고 말았다. 식당을 직접 찾아오는 것을 꺼리는 고객을 위해 도시락을 판매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다른 도시락들은 단품 메뉴에 곁들인 반찬이 부실하지만 주 사장은 식당에 찾아와서 먹는 것과 거의 같은 반찬으로 도시락을 꾸몄다.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먹어도 집밥 같은 느낌을 주자는 것이 주 사장의 전략이다. 시골쌈밥의 도시락은 전화로 주문하고 곧바로 식당을 방문해 찾아가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시골쌈밥은 주 사장과 그의 딸인 임나현(31)씨가 운영하는 모녀식당이다. 임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어머니의 식당일을 돕기 시작했다. 임씨는 "식당일이 힘들지만 어머니와 함께 고생하면서 내놓은 밥을 고객이 맛있다고 평가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월성원전의 직원들이 주 고객이지만 나산리 주민들도 자주 찾아와 마치 친척처럼 격려를 해줄 때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임씨는 어머니의 음식을 80% 정도는 전수한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배워 새로운 아이디어도 보태 더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 주 사장은 "월성본부가 없으면 이 동네 상가는 굶어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민 상인들은 월성본부에 감사를 느낀다"며 "원전 직원들이 주인보다 오히려 더 친절하고 예절이 발라 음식에 더 신경을 쓰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변함없이 부지런하고 친절하게 노력해 고객들에게 친누나, 친언니처럼 챙기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소 : 경주시 양남면 나산상라길 81▲위치 : 양남면 나산리 마을회관 인근 100미터▲전화 : 054-624-7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