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고사(丹𣽎祠)는 순조 16년(1816) 경에 도내 사림들의 공의로 경주시 안강읍 검단리 788번지에 충신 낙선당 손종로(孫宗老)공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사당이다. 이 사당에서 해마다 춘추로 향사(享祀)를 받들어 오다가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 의해 훼철되어 건물의 일부만 남아서 공의 제사(齊祠)로 사용해 왔다. 그 후 1993년에 후손들의 위선성력(爲先誠力)으로 복원 중건되어 유림이 다시 제향을 봉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손원조 전(前)경주문화원장으로부터 단고사 향사에 헌관으로 참예(參詣)해 달라는 과분한 망기(望記)를 전해 받았다. 낙선당 손공은 둘째 자형의 현조(顯祖)로서 병자호란에 순절한 충신이기에 위패 앞에 부복(俯伏)하여 헌작할 수 있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하고 당일 행사에 지참하지 않기 위해 친우와 함께 일주일 전에 현지답사를 하였던 것이다. 사당이 아직 복원되지 않아 강당을 청결하게 청소하여 위패를 모시고 향사를 봉행하였다. 2년마다 행하는 향사이었으나, ‘코로나 19’ 전염병 때문에 당국의 방역대책에 따라 참예자는 향내 유림과 성손 등 진행에 필요한 20명 정도가 분정(分定)되었으며, 모두가 시종일관 마스크를 착용해서 향사를 봉행하였고, 오찬은 지폐로 대신하였다. 향내 서원과 사당의 향사에 몇 차례 천망되어 참예해 보니, 상읍례를 시작으로 분정기 작성, 사축 등 제반 절차를 일사분란하게 엄숙하게 진행하는 것을 보았는데 단고사 향사 역시 그러하였다. 요즈음 세태가 자기 조상의 제사도 기피하는 경향이 없지 않는데, 공사 간 바쁜 업무를 미루고 충신을 추원하는 향사에 구복(具服)참예(參詣)하여 정성을 다해 그 위국충절을 숭모하는 모습이 예사로 보여 지지 않았으며,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특히 목숨은 귀천을 막론하고 유일 한 것으로 고귀한 것인데, 그것을 백성과 나라를 위해 기꺼이 바친다는 것은 범인으로서는 불가한 일이며, 오직 대인(大人)에 의해 서만이 선택할 수 있는 생의 극한치라 할 것이다. 공은 1598년(선조31년)에 경주 양좌동에서 적개공신 양민공의 5대손으로 출생하여 7세에 고자(孤子)가 되어 천붕(天崩)의 아픔을 참으며 백씨(伯氏) 주부(主簿)공으로 부터 양육되었다고 한다. 자유호학(自幼好學)하여 학문에 전념(專念)하다가, 북방 오랑케가 창궐하여 나라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함을 자각하고, “사나이가 학문을 닦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땅히 무술을 배워 전장에 몸을 던져야 한다.”면서 투필(投筆)하고 궁술과 마술을 익혀 21세(1631)에 무과에 급제하였다. 그 후 선전관으로 출사하여 주부, 남포현감으로 승차하였다. 현감 임기를 마치고 귀한(歸閈)해서 있을 때, 병자호란이 발발하였다. 인조가 남한산성에 고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공은 “우리 집안이 대대로 훈공을 세워 몸을 나라에 맡겨 녹을 받아 생활하고 있으니, 마땅히 이충보국(以忠報國) 하여야 한다.”하고 노복 둘과 동향인 신상뢰, 박홍원과 함께 강행군하여 광주 쌍령에 이르렀으나 적들로 인해 전진하지 못하고 경상좌병사 허완의 진에 합류하여 참전하였다.  적이 무리로 밀려와 패하여 사경(死境)에 이르렀을 때 목책을 넘어 달아나 후일을 도보하자는 도피제의가 있었으나 공은 한걸음도 떠날 수 없다면서 노복 한명은 돌려보내고 노복 억부와 함께 최후까지 장렬하게 싸우다 순절하였으니, 그 정충대절을 어찌 일설(一舌)로 다 말할 수 있으리. 향년 40. 이 어찌 천부지(天不知) 귀부지(鬼不知)한 애통(哀慟)할 일이 아니리오. 종전 후 훈련원정에 증직되고 정조 정묘년에 충신정려가 내려져 노복 억부와 함께 양동마을에 정려각이 세워졌으며, 순조 16년에 다음과 같은 승정원 좌승지에 증직되는 가자(加資)의 교지(敎旨)가 내려졌다. “증(贈)어모장군 훈련원정 손종로 증통정대부 승증원좌승지 겸 경연참찬관자, 광해조의 폐모까지 이른 패륜에 출사를 그만둔 그 절개는 마치 연뿌리가 연꽃을 피우듯이 쌍령 전투에서 순절한 절개를 길렀다. 임금의 포상이 중국 충신 안고경에 비겨 그 벼슬을 더하니 이는 후손의 상언(上言)에 근거한 것이다” “옛 부터의 큰 도리 한 몸으로 감당했으니 가을 하늘 위의 해와 같이 빛나네. 한 몸으로 일군 깨끗한 충절 신선의 모얏 꽃 핀 봄이로다(金學魯)” 두 줄 추모시(追慕詩)에 담긴 공의 꽃다운 충절(忠節) 여천무궁(與天無窮) 찬연히 빛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