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시내에는 동국대 경주캠퍼스 이전 결사반대 프랭카드가 여기 저기 붙어있다. 경주 인구가 줄고 있는데 대학까지 떠나면 적게 잡아도 만오천여명의 대학 인구가 떠나고 수천억 원의 소비감소로 지역상권과 대학 인근 주거시설이 피해를 볼 것이 뻔해 과연 경주캠퍼스가 떠나는지 묻는 경주시민들도 많다.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예측이 막상 대구 경북지역 대학에서 정원 미달 사태로 현실화되면서 지역 대학은 생존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2021년 대학 입학정원은 49만2천명이었지만 만18세 학령인구는 41만4천명으로 줄어들었고, 2023년에는 39만8천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어 정원미달 사태는 악화일로에 있고 세계최저 출산율로 입학자원감소 상황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주캠퍼스도 생존을 위한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면서 학과 구조조정과 특성화 및 차별적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캠퍼스 이전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지만 1978년에 설립하여 40여년을 넘게 경주와 함께한 대학이 경주를 떠나서도 떠나게 해서도 안 된다. 경주캠퍼스는 경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그것만으로 대학의 존립가치라고 말할 순 없다. 대학이 없는 도시를 상상해보라. 청년이 없는 죽은 도시가 되고 만다. 지역에 대학이 없다면 타 지역으로 공부하러 떠나야하는 학생들의 비용은 상당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대학문화속에 지역사회가 자유롭고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며 지식사회를 선도하며 창의적인 도시로 성장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대학을 단순히 돈으로 평가할 수 없다.　그뿐인가. 시민사회가 성숙되어 있지 않은 가운데 견제 받지 않는 지역사회가 비판적 기능으로 균형을 이루게 하는 점은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필자가 대학교수로서 경주에 왔을 때 시민단체인 경주경실련을 동료교수들과 함께 창립하여 지역사회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지역사회가 균형 있게 발전하도록 한 것들은 중요했다.　이처럼 대학은 지역사회발전의 핵심이고 정신적 중심점이다. 그런데 그 핵심이 흔들려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캠퍼스 명칭까지 대외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변경하려고 하고 있지만 대학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경주시민과 경주시 및 경상북도가 대학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경주캠퍼스도 대학 이전 논의를 중단하고 경주시도 불만을 표출하기보다 과감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캠퍼스 이전 논의는 그 자체만으로도 지역민심을 흉흉하게 할뿐 대학과 경주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대학 발전에 소재지역이 중요하지 않다. 정부의 국가 균형 발전정책이나 지방대학육성책에 기댈 시간이 없다. 우리나라에도 지방에 있지만 특성화로 경쟁력을 가진 대학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의 많은 소규모 도시는 대학이 중심이 되는 대학타운으로 대학과 지역이 상생하며 발전하고 있다. 대학과 지방정부, 그리고 주민은 함께 가야한다. 성과 없는 기업유치를 내세우기보다 대학을 지켜내는 것이 급선무다. 일부 학과의 서울캠퍼스로의 이동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경주캠퍼스의 시설물은 대학만이 아니라 경주시민과 경주시의 소유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경주캠퍼스와 경주시가 별개가 아니다. 경주시는 필요한 도시 계획 정비를 비롯하여 경주캠퍼스에 과감하게 투자해야한다.뿐만아니라시민을 대변하는 경주시의회와 기업을 대표하는 경주상공회의소도 함께 힘을 모아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