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葛藤이란 두 친구가 있다/오르고 싶은 욕망을 주체 못 해 어디든 올라야만 한다/그들 곁에 한 그루 나무가 있는데/좀처럼 오르려 하질 않는다//머리를 맞대고 궁리 끝에/칡葛은 왼쪽으로 등藤나무는 오른쪽으로/뾰족한 창을 앞세우고 기어오르지만/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만나면 악수를 하고/또 안아 주며/그물 짜듯 나무를 감싸 안고 오르니/폭풍우가 몰아쳐도 끄떡없다//갈등의 이웃에/등 돌린 커다란 바위 둘이/두꺼비같이 입을 꾹 다문 채 앉아 있다/아주 오래전부터 허구한 날/그렇게 앉아 있으니/자욱한 안개처럼 답답하기만 하다/감정의 골이 계곡의 골보다 깊어/수천 년이 흐른다 해도/마주보기 힘들어 보인다//등 돌린 바위처럼/오랜 세월 원수같이 사는 이웃들이/이 세상 곳곳에 널브러져 있어/갈등은 도무지 마음이 편치 않다/갈등의 바람은/등 돌린 이웃들이 갈등처럼/좋은 사이가 되는 것이다 -권오중, `갈등의 바람`　　 갈등(葛藤)이라는 말은 왼쪽으로 감기는 칡(葛)과 오른쪽으로 감기는 등(藤)나무가 함께 얽혀 있는 모습에서 나온 말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조그만 갈등이라도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커다란 갈등은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일으켜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많다.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흔히 조직에서 갈등은 나쁜 것이므로 제거되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조직 내에 갈등이 심화되면 조직의 유효성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조직의 발전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갈등은 조직 문제의 해결책으로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제도를 탄생시키며, 구성원의 분발을 촉구하는 등의 긍정적인 측면도 지니고 있다.　 조직의 추구하는 목적이나 가치를 지원하는 것이라면 조직에 대하여 순기능적이고 건설적인 반면, 조직이 추구하는 목적이나 가치를 저해하는 것이라면 역기능적이며 파괴적인 갈등이 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순기능적인 갈등과 역기능적인 갈등이 항상 뚜렷하게 구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양자의 한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동될 수 있는 것이다.　 조직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갈등이 많기 마련이다.우리 사회에 좌파와 우파가 있어 커다란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 좌파와 우파의 원조는 식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계에는 칡,나팔꽃,메꽃,박주가리,새삼,마 등이 우파에 속하고, 등나무,인동초,환삼덩굴은 좌파에 속하며, 더덕은 중도파에 해당된다고 한다. 　 갈등에는 이러한 외적 갈등이 있고 또한 개인의 내적 갈등도 있다.　 따라서 명실상부한 21세기 초일류기업이나 나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조직이나 사회에 뿌리 깊게 내재되어 있는 이러한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는 절대 선도 없고 절대 악도 없다. 따라서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여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힘이 있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해결하려 한다면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대화가 단절되어 등 돌린 바위처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