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두 달여를 맞은 가운데 부실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필터 역할을 해온 검사의 수사권 종결이 일선 경찰에게 주어지면서 자칫 `제 식구 감싸기` 수사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최근 만난 제보자 A씨(38·여·부산 기장군)는 폭언에 대한 고소를 준비하던 중 경찰의 증거물 분실로 취하했다고 주장했다.A씨에 따르면 남편은 결혼 초창기인 10여년 전부터 이유 없이 부부싸움 때마다 폭언을 일삼았다. 최근에는 남편에게 공항장애가 생기면서 이 같은 행태는 더욱 심해졌다.참다못한 A씨는 이혼을 결심하고 부산 기장경찰서에 남편의 폭언을 입증할 녹취 등의 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며칠 뒤 A씨는 담당 경찰로부터 이해할 수 없는 전화를 받았다. 녹취 자료를 분실했으니 복사본을 달라는 것.문제는 A씨가 제출한 녹취 자료는 다른 과정을 통해 얻어낸 것으로, 현재는 구할 수 없는 자료다.A씨는 "경찰서에서 가정폭력 정황이 담긴 증거물인 녹취록을 분실했다고 복사본을 달라고 연락이 왔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면서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이를 입증하기 위한 녹취록은 자신의 생명과도 직결된다. 그런 녹취록에 복사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장경찰서측은 A씨의 자료를 곧바로 찾았고 현재 이를 토대로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장서 관계자는 "사건을 맡은 경찰이 피해자께서 전해주신 자료를 처음엔 어디에다가 뒀는지 착각을 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재요청을 했다"면서 "그렇지만 곧바로 녹취 자료를 찾았고 가정폭력인만큼 취하에 상관 없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고 해명했다. 대구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사건을 맡은 담당 경찰이 피해자의 증거품을 분실할 경우 사건에 미치는 영향력에 따라 징계 수위가 달라진다. 그러나 피해자로부터 증거를 받으면 곧바로 증거물품을 기록하고 보관하는 것이 의무화돼 있어 분실되는 경우는 사실상 드물다는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맡은 경찰이 피해자의 증거품을 분실한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혼선이 됐다는게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말하기엔 조심스럽지만 가정폭력과 관련된 증거품이라면 더욱 소중히 다뤄야한다"고 했다.일각에선 경찰의 수사 종결이 가능해진만큼 내부 역량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LH 땅투기와 구미 3세 여아 사건 등이 초동수사 부실로 난항을 겪으면서 더욱 무게를 더하고 있다.대구의 한 대학 교수는 "그동안의 경찰 수사는 사건 해결에 목적을 둔 경우가 많았다. 경찰 1인당 맡는 사건의 수가 상당했고 검찰이란 필터도 존재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수사 종결권이 생긴 지금은 책임감도 따라야 한다. 역량을 키워 피해자를 두번 울리는 일을 애초부터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