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水仙花)란 꽃은 수선화과(科)에 속하는 여러해 살이 풀로 잎은 좁고 길며, 이른 봄에 긴 꽃줄기가 나와 그 끝에 흰색·노란색의 꽃이 핀다. 동남아, 지중해 연안 등 따뜻한 지방의 바닷가에 절로 자라며 관상용으로 또한 줄기는 한약제로 쓰이기도 한다. 　 원래 `수선`이란 중국 이름으로 하늘에 있는 것을 천선, 땅에 있는 것을 지선, 그리고 물에 있는 것을 수선이라 일컬어 왔다. 추위에 잘 견디는 내한성 다년초로 그 종류도 수없이 많다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나팔수선은 꽃말이 `존경`을 뜻하고, 황색 수선은 `애정의 복귀`를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 　 본명이나 학명 외에 통속으로 부르는 이름인 속명은 그리스 신화 중에 나타나는 나르시스(나르키소스)라는 청년의 이름에서 유래하였으며 연못 속에 비친 자기 얼굴에 반하여 자살한 곳에 수선화가 피었다고 한다. 따라서 화사(꽃말)에서는 `나르시스`라는 미소년(미남)의 전설로 인하여 개인주의를 뜻하게 된 것이다.　 수선화가 피기 시작한 것은 정월 그믐에서 이월 초승이며 3월에 이르러서는 산이나 들이나 논둑 밭둑 할 것 없이 일망무제(아득하게 멀고 넓어서 끝이 없음)의 수선화는 하얗게 퍼진 구름 같고, 새로 내린 봄눈 같기도 하다. 그곳에는 불순은 상상하기도 싫어진다. 　 수선의 분재에는 흔히 잔돌을 깔고 맑은 물을 붓고 흰 수선두(송이)를 올려놓는 것이다. 그 외관은 적으나 몹시 청초하고 청아하다. 겨울에 피는 꽃은 대개 겨울을 상상하게 될 특징이 많지마는 수선의 잎만은 그 푸른빛으로 보아 오뉴월의 사물(화초)을 연상케 한다. 　 나르키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소년으로 물의 신과 숲의 요정(님프)사이에 태어난 아들이다. 그때 한 예언자가 나르키소스가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면 오래 살 수 없을 것이라 예언했다고 한다. 많은 처녀와 님프들이 나르키소스에게 반하여 구애했으나 그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요정(님프)인 에코는 애를 태운 끝에 몸이 야위어 마침내 목소리만 남는 `메아리`가 되어 버렸다. 그런 이후 한 젊은 사내에게 거절당하여 고심 끝에 자살하고 말았다. 어느날 나르키소스가 사냥을 하다가 지쳐 우물 곁에 누워 있었다. 　 목이 말라 목을 축이려고 우물 물을 마시던 중, 우물에 비친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모습을 사랑하게 되었다. 자기의 그림자에 마음이 홀린 그는 한 발짝 그 곳을 떠나지 못한 채 익사했다. 그가 죽은 자리에 수선화(나르키소스)가 피어났다고 전한다. 　 그의 죽음은 앞서 인연에 거절당한 두 처녀의 혼이 복수한 짓(행동)이라고 한다. 심리학과 의학에 쓰이는 말 나르시시즘(자기도취)이라는 용어도 그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자기도취는 자의식과잉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영국의 시인 워즈워스는 `수선화`란 시에, 마치 골짜기나 언덕 위를 떠돌아다니는 구름처럼/나는 혼자서 방황했다/그때 문득 보았노라, 호수가 나무 밑에서/흩어져 피어 있는 한 떼의 황금빛 수선화를/미풍 속에서 그것들은 펄럭이고 춤추고 있었다.　 극작과 셰익스피어의 `겨울이야기`에, 제비도 날아오기 전에 피어 삼월의 미풍을 황홀하게 하는 수선화여. 　 청마 유치환 시인은, 몇 떨기 수선화여,/가난한 내 방 한편에 그윽히 피어/그 청초한 자태는 한없는 정적을 서리우고/숙취의 아침 거츠른 내 심사를 아프게도 어루만지나니/오오 수선화여/어디까지 은근히 은근히 피어 있으련가.　 그 이후로 꽃말의 설화가 제 자랑, 오만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수선화는 꽃의 술잔을 눈물로 채워주고, 봄철을 앞서 와서 태양의 계절을 알려주는 고상한 지조는 빙상을 재촉하며 죽음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 자기 용모나 재능을 과대하게 평가하고 찬미하는 병적인 자아도취증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