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봉사라는 생각으로 위원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경주의 문학 발전을 위해 온힘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13일 제2대 위원장으로 취임한 김성춘 국제펜한국본부 경주지역위원회 위원장(사진)은 “국제펜한국본부가 역사가 오래된 문학단체다 보니 어깨가 무겁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장윤익 직전 위원장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며 “회원들의 뜻을 받들어 잘 이끌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제펜한국본부(이하 펜본부)에 있어 경주지역위원회(이하 경주펜)는 매우 의미가 깊은 지회다. 펜본부는 부산, 대구, 대전, 인천, 광주, 울산, 경기, 강원, 충북, 충남, 경북, 경남, 전북, 전남, 제주, 미 서부, 미 동부, 캐나다, 경주 등 19개의 지회를 두고 있다. 국내 지회는 모두 도, 광역시 단위로 두고 있지만, 기초 자치단체로서는 경주가 유일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2년 9월에 제78회 국제펜대회가 경주에서 열렸다”며 “당시 국제펜대회가 한국에서 열린 것은 26년 만이었다”라고 술회했다. 당시 대회에는 르 클레지오(2008년), 윌레 소잉카(1986년), 오르한 파무크(2006년) 3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초대됐다. 오르한 파무크는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으나,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이 ‘나의 삶 나의 문학’이라는 주제로 문학포럼을 열고 시 낭송회, 뮤지컬 공연을 펼치는 등 대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당시 경주시장이 제78차 국제PEN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념하고자 대릉원 북문 도로 건너편에 작은도서관 ‘문정헌(文井軒)을 만들자 펜본부 또한 대회를 기념하고자 지금의 경주펜을 구성했다. 현재 경주펜의 집행부는 김성춘 위원장과 부회장에 최병섭 수필가와 황명강 시인, 사무국장에 조기현 시인(경주고등학교 교사)로 구성됐다. 김 위원장은 첫 목표를 인문학 행사 활성화로 잡았다. 그는 “현재 북카페로 운영되고 있는 문정헌에서 시화전과 시낭송 등 다양한 문학행사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시를 쓰는 경주시 공무원, 경주펜 시인들과 함께 ‘경주 시인 문학행사’를 열고 전국의 시인들을 문정헌에 초대해 ‘전국 시인 문학행사’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주펜 회원들이 강사를 맡아서 시민들이 시, 수필, 소설 등을 배울 기회를 제공하는 문학 아카데미도 개설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문학과 시민들의 거리를 좁히는 것도 중요한데, 문인뿐만 아니라 시낭송가들도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시민들이 문학과 가까워지도록 돕고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경주 문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경주 문학에는 김동리·박목월이라는 거대한 산맥이 두 개 있는데, 이들의 정신을 이어가야겠지만 반드시 계승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독창성을 발휘해서 각자의 꽃을 피우면 된다”고 조언했다. 김 위원장은 경주에는 훌륭한 문인, 예술인이 많고 문화 수준과 관심도 굉장히 높은 반면, 부족한 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주를 대표할 수 있는 시립교향악단과 시립미술관이 없다”며 “경주시가 문화 예술의 도시를 표방하는 만큼, 시립교향악단과 시립미술관이 당연히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춘 위원장은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1974년 박목월, 박남수, 김종길 시인의 추천을 받아 시전문지 ‘심상’의 1회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부산대학교 사범대학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해 1973년 울산 학성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기 시작해 2004년 울산 무룡고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교단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퇴임 후 거처를 경주 남산 기슭으로 옮기면서 줄곧 경주에서 생활했고 동리목월 문예창작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월간문학 동리상, 비움문학상, 최계락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