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일 오늘, 고 정유엽군이 세상을 떠난지 1년째 되는 날이다. 고 정유엽 군을 기억하는가. 대구에서 코로나가 1차 대유행하던 때였던 작년 3월 18일, 17세 학생 정유엽 군은 고열과 호흡곤란에 시달렸지만 코로나19 의심 환자로 분류돼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병원을 떠돌다가 끝내 숨지고 말았다. 아직도 슬프고 울화통이 터지는 심정을 가누기 어렵다. 만약에 대구의료원과 시내 동산병원에 코로나 환자들이 넘쳐나 더 수용하기 어려울 때, 민간병원들이 위험하다며 이들의 진료를 거부할 때, 대구의료원 같은 공공병원이 하나라도 더 있었다면 정유엽군이 그렇게 허망하게 죽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대구지역의 의료공백의 희생자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여, 아들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 정성재씨는 지난달 22일부터 도보행진을 시작하여 3월 18일 오늘 청와대에 도착했다. 그는 "열이 난다는 이유만으로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허무하게 생명을 잃는 사고가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라며 "감염병 위기상황에서 상당한 사각지대를 보이는 우리의 의료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3월 18일 오늘은, 이 땅의 어른들 특히 정치, 행정가들과 의료계는 그의 호소를 가슴 깊이 새겨야 하는 날이다. 시민단체들은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공공병원 확충 특히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대구시와 정치권은 공공병원이 세금을 축낸다며 지속적으로 이를 거부해 왔다. 공공의료를 시장논리로 재단한 것이다. 반면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립병원을 확충하고 감염병 대비 체계를 갖추는데 상당한 예산을 쏟아 부었다. 그때 서울시의회에서도 ‘혈세 낭비’ 운운하며 반대했지만 “가난한 사람은 어디서 치료받으란 말이냐”며 밀어붙인 결과 이번 코로나 사태 때 재평가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월 18일 권영진 시장이 대구지역 코로나19 확진 환자 발생 1년을 맞아 제2 대구의료원 건립을 발표했는데 잘한 결단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범시민적으로 힘을 모아 제2 대구의료원이 공공병원으로서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설계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일이다. 늦었지만 더 훌륭한 공공병원이 설립되도록 하는 것이다.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밝힌 만큼 언제, 어떻게 할지 추진 로드맵이 나와야 하고, 이를 위해 태스크포스를 조속히 구성하여 면밀하게 구상해야 한다. 제2 대구의료원은 시민들을 위한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적정 표준 진료기준 제시 등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음압 병상과 중환자 병상 등 적정 병상과 충분한 의료 인력 및 의료 장비를 갖춘 종합병원으로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 시민이 주체로 참여하여 시민의 병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범시민적 역량 결집, 정부 차원의 지원 확보 등도 필요하므로 대구시에 ‘제2 대구의료원 설립 범시민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 범시민추진위원회에는 각계각층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강조할 것은 제2 대구의료원의 운영 과정에서도 의료 공공성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대구시와 지역 정치권이 경제성의 논리로 기존 대구의료원의 운영을 압박해 온 지난날의 오류를 답습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이와 같은 제안을 수용한다면 제2 대구의료원이 감염병 대유행 시기에는 방역과 치료의 중심이 되고 평상시에는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좋은 공공병원으로 세워질 수 있도록 시민사회도 협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