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역 원로시인인 정민호(82·사진) 동리목월문학관장이 등단 55년 동안 쓴 시 전체를 묶은 `정민호시전집`을 도서출판 뿌리에서 출간했다. 정 관장은 지난 1966년 `사상계` 신인문학상 시부문에 `이 푸른 강변의 연가` 외 3편이 당선돼 문단에 나왔으며 1969년 첫 시집 `꿈의 경작`을 내놨고 지난해 `앤더슨을 위하여`까지 18권의 시집을 펴냈다. 이번 시선집에는 제1시집에서부터 제18시집까지에 실린 모든 시를 망라해 실음으로써 정 관장의 문학적 역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정 관장은 "지금까지 내가 쓴 시는 아마 1000편이 넘을 것"이라며 "50년 동안 썼는데 그 정도냐? 하면 나는 할 말이 없지만 시를 잊지 않고 지금까지 써온 것을 긍지를 가지고 살아간다"고 했다. 또 "문학청년 시절, 문학이야말로 가장 오래 사는 방법이라고 느껴서 문학을 지원했고 고등학교 시절 박목월 시집 산도화(山桃花)를 읽고 더욱 문학에 빠져들었다고 솔직히 고백하고 싶다"며 "대학에 가서 김동리 선생을 만났고 박목월 시인도 만났다. 그래서 나의 시는 더욱 여물어갔었고 이 두 분의 도움을 받은 사람이 되었다"고 밝혔다. 시선집을 묶은 것에 대해 정 관장은 "나의 첫 시집부터 절반의 시집이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한 권의 시선집에 그동안 써온 모든 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내가 걸어왔던 문학의 노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정관장은 1939년 포항시 신광면에서 태어나 포항고등학교, 서라번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에서는 김동리, 서정주, 박목월, 김구용, 조연현, 안수길, 임동권 등 한국 문단의 기라성 같은 스승에게 사사를 받았다. 1969년 경주 근화여자중학교의 교사로 발령받아 경주에 정착했으며 고 이근식, 서영수 시인과 함께 경주의 문단을 주도했다. 경주문협지부장, 예총경주지부장을 역임했다. 정 관장은 1981년 제22회 경북문화상 문학부문을 수상했고 1986년 제23회 한국문학상, 이듬해 도천문학상, 1990년 경주시문화상 문학부문, 1995년 문예한국상, 2000년 제16회 PEN문학상, 2001년 예총문화대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정 관장은 "지금도 2권 분량의 시집을 묶을 수 있는 시를 써두고 있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집을 낼지는 나도 모를 일"이라고 밝혔다. 이상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