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은 자생(子生)의 해 쥐띠다. 육십갑자의 서른 일곱 째로 가축도 아니면서 소·개와 더불어 한 시절 사람과 함께 친하게 살아온 흉측하고 혐오적인 미물이다. 　 쥐의 습성은 부지런하고 밤낮 설치는 흉물로 천하에 겁나는 것은 고양이와 개뿐이다. 쥐에 관한 얽힌 사연이 많은 까닭에 정말 금년은 다악다난 했다. 쥐는 흑사병이란 페스트균을 옮기는 동물이다. 털빛은 잿빛으로 앞니가 날카롭고 옥아서 물건을 잘 쏠아 뜯고, 음식물을 훔쳐 먹고,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추물로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다. 　 사람과 같은 생활권인 탓인지 상관되는 속담도 더러 있다. 독 안에 든 쥐-아무리 애써도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 쥐포수-사소한 것을 얻으려고 애쓰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 쥐정신-금방 잊어버리기를 잘 하는 사람의 정신. 쥐꼬리만 하다-수입과 월급이 너무 적고 작은 것을 말한다. 우리의 설화에 애교가 넘치는 말이 있다. 쥐띠는 밤중에 태어나면 잘 산다-자생인 사람이 밤에 출생하게 되면 쥐가 밤중에 먹을 것을 찾아 먹듯이 먹이가 많아 풍요롭게 산다는 의미다.　 이와는 달리 금년 2월이 시작할 무렵부터 악성이 나타났다. 세상의 어떤 과학자도 모르는 코비드-19의 환란이 생겼다. 중국이 최초 발생지인 전염병 악질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곤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쥐의 팔자와 운명과 함께 코로나를 견디며 그렁저렁 살다 어느덧 세모가 가까워 오고 있다.　 한 해를 회상하며 반추한다는 것은 실없이 막막한 심사가 고작이다. 잘못하고 실수하고 망측한 일은 모두가 자신의 교만과 나태에서 기인되어 죄송스런 일들만 엄청나게 쌓여 후회막급하다.　 쥐는 부산스러워 쥐처럼 나불대면 잘 살 줄 알았는데 그것마저 착오를 일으켰다. 일 년이 저물고 있는 이 시점에 가슴에 찬바람이 불고 기차 떠난 시골 정거장처럼 허전하기만 하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송구영신`이란 말도 전혀 기분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반복된 괴리가 오히려 거창스럽고 사치스럽다. 행복보다는 심신에 남은 상처는 부상을 입고 피해를 받은 자취요 흔적이라 송구스럽다. 　 철학자 니체의 말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한다. 심리학에서 망각이란 기억에서 아주 사라진 상태로 착각과 환각과는 전혀 다른 현상이다. 궂은일은 잊으려고 노력하고, 애애한 사연들만 기억토록 마음 속 깊이 간직한다.　 그렇다고 망각이 인간을 전혀 외면하는 것도 아니다. 망각이 약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픔과 고통 고초만상 잊지 못하면 사람의 머리는 터지고 심장은 파멸된다. 교육학자 에머슨도 , "좋은 기억력은 놀랍지만, 망각하는 능력은 더욱 위대하다"고 했다.　 때로는 아는 것도 잊어버리는 게 좋다. 시간은 위대한 의사란 말에 위안을 갖고 싶다. 그러나 곳곳에 상처의 뒷모습이 처량하다. 희노애락에 뒤엉켜 마음의 고통을 내려놓아야 할 시간이 오고 있다. 영월 출신으로 `서정문학`으로 시단에 오른 박명옥 시인은 `다시 詩작`이란 동인시집에 `상처`라는 작품을 남겼다.　 가시를 숨긴 말에/쏟아내지 못한 답이/몸 속 어딘가 숨어있다//기억 속에 잠자고 있어도/어느 순간 문을 열면/가시가 아프다//행복한 기억보다/한마디 말의 독이/마음에 깊은 흉터를 남겼다//이제 굳은살 받힌 마음이 되어/아픈 이의 가슴도 보인다/지나간 상처들 보듬어 갈 수 있겠다//　 상처 난 마음에는 나 자신이 먼저 달라지고, 새로워질 수 있으나 새로운 사랑을 품을 수 있는 생각이 바뀔 때 치유가 될 수 있다. 박명옥 시인은 시를 엮어가는 품격 있는 기예와 전개하고 다듬는 기법이 뛰어나 한국 문단에 격조 높은 시인으로 인정되고 있다.　 훌륭한 어휘 활용으로 독자의 관심이 지대한 문인으로 각광받고 있다. 시는 마음의 그림으로, 실행의 그림자요, 정신의 호흡이다. 그리고 최상의 자세(마음)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의 기록으로 인생의 의미가 담긴 영원한 진리다. 우리 모두 통렬한 뉘우침과 각골의 결단과 신념으로 새해를 맞이하길 간절히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