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김결수 작가가 카페 겸 갤러리로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갤러리 문 101은 추운 겨울 한파에도 아늑한 저녁 풍경처럼 차분함을 전하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연일 암울한 기분을 전하고 있는 지금의 사회의 풍경과 비춰보면 마치 새로운 희망을 설계하기 위한 공간(空間)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30여년간 작품 하나만을 바라보며 산전수전을 겪어온 김 작가의 포근한 미소가 불우한 기분을 몰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증도 가져봤다. 그만큼 김 작가의 내공(內功)은 강력했으며, 따스했고, 은은했다."학교 미술부 선배들에게 잡힌 군기가 오롯이 한 길만을 바라보고 걷게 한 원동력이 된 거 같아요. 다행스럽게 대학에 들어와서는 미술이 너무 재미있게 다가왔욌고 새로운 정보를 찾기 위해 많은 발품을 팔았습니다. 미술의 세상에 진정한 눈이 뜨였다고 해야겠지요."김 작가는 중학교 시절부터 미술계에 입문해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현대미술가다. 한 번 쯤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법도 했지만 그에겐 예외였다. 예술의 참 의미를 찾기 위한 `목적`이 있었고 꾸준히 실천으로 옮겼기에 지금의 `거장`(巨匠)이 됐다.긴 머리에 콧수염을 기른, 모자를 눌러 쓴 김 작가의 왜소한 체격.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비쳐오는 눈빛은 그의 오랜 경륜(經綸)을 대변했다. 계명대 미술대학 서양화과(84학번)를 졸업 후, 평면 예술과 설치 미술을 비롯해 미디어 장르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 작가의 `숭고한` 힘이 마치 코로나19로 지친 문화·예술계의 희망의 빛처럼 밝게 다가왔다. "미술이란 장르는 우리가 어떤 작가로서 근본적인 생각과 함께 창의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아름다움을 꾸미는 것입니다. 결국은 작가의 주관적인 아름다움을 관객과 공유함으로써 문화적인 가치를 더욱 밝혀주는 과정으로 진행되는 것이지요." 김 작가는 현재 코로나 악재에 맞서 대구·경북 미술계의 `청신호`를 밝히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유례없는 `비대면`이란 복병에 맞서 얽힌 실타래를 풀 듯 노력과 세심함을 더해 문화·예술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겨낼 타계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직접 보도, 듣고, 심지어 만져보며 느끼는 미술 전달 과정의 `순리`를 대신할 비대면 관람은 없는 만큼, 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미술의 `촉`(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코로나로 인해 미술인들이 겪고 있는 환경은 참담한 심정이 들 정도로 안타까움이 많습니다. 저만해도 작품을 오픈해놓고 문을 못 연 경우가 몇 차례나 있었고, 문을 열어도 예전보다 절반에도 못미치는 관객들이 다녀갔으니까요. 하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지금의 현실은 어쩌면 자기 세계를 꾸려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도 봅니다. 인터넷이나 페이퍼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키워가는 것이지요.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