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마리의 젖소는 1년에 8400ℓ(약 8400kg)의 우유를 생산하며 그 속에 약 240kg의 단백질(蛋白質), 3000kg의 지방(脂肪), 360kg의 당(糖)이 함유돼 있다. 젖소의 반추위(反芻胃)는 모두 4개인데 첫째 위(胃)가 120ℓ로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그 곳은 산소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무수한 혐기성(嫌氣性) 세균과 원생동물(原生動物)이 공생(共生)하는 거대한 발효(醱酵)공장이다. 이들 미생물은 사료 속의 셀룰로오스(Cellulose) 등을 분해하여 아세트산(acetic acid), 프로피온산(propionic acid), 낙산(butyric acid) 비타민B 등 다양한 대사(代謝)산물(産物)을 생산한다. 위(胃)에서 번식하는 공생세균 자체도 영양가가 높은 단백질과 지방 등으로 이루어지며, 제4위(胃)에서 소화 흡수돼 젖소의 영양분이 된다. 풀만 먹고서도 700kg이나 되는 거구(巨軀)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영양가 높은 공생세균 덕분이다. 젖소의 창자의 길이는 약 60m로 몸길이의 25배나 되며, 위(胃)에서 소화한 풀이나 공생세균의 성분을 소화 흡수하면서 거구(巨軀)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같은 초식동물(草食動物)이라도 반추위(反芻胃)를 갖지 않는 말(馬)은 풀만으로는 살 수 없어 곡물(穀物), 고구마-류, 콩 등을 섭취할 필요가 있다. 토끼도 말과 비슷한 위장관(胃臟管) 구조를 가진 초식 포유류(哺乳類)이지만, 발달된 맹장(盲腸) 안에 다수의 혐기성 세균이 공생하고 있다. 말도 토끼도 영양의 보고인 ‘공생세균’을 똥으로 배설하는데, 토끼는 똥을 먹음으로써 영양을 보충할 수 있다.초식동물은 분해하기 어려운 ‘셀룰로오스’ 등을 소화(消化) 흡수하기 위해 긴 장(腸)을 필요로 하며 몸집이 커야 살 수 있다. 그러나 토끼는 똥 덕분에 예외적으로 작은 몸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사람과 말의 소화관은 해부학적으로 비슷하지만, 똥을 먹지 않은 사람은, 더 다양한 야채와 육류 등을 잡식해야 산다. 완전한 채식(菜食)으로는 채식주의자(菜食主義者)도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 계란이나 대두(大豆)단백에 더해 미생물발효에 의한 균체(菌體)에서도 다양한 영양소를 보충하고 있는 것이다. 젖소의 위내(胃內) 공생세균에 의해 생성된 유기산의 일부는 이산화탄소, 수소, 메탄 등으로 대사되어, ‘입’으로 배출해 낸다. 이 때에 배출되는 메탄가스는 탄산가스의 20배, 지구의 온난화(溫暖化)를 높이므로, 세계의 축산(畜産)이 지구 온난화의 약 15%나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위장(胃臟)에서의 메탄가스의 생성을 억제하면, 사료(飼料)의 유효(有效) 이용과 온난화 억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사실 위 내 메탄 생산 균을 억제하는 약(藥)을 투여하면, 공생세균 총(叢)이 변화하여 메탄 생성이 억제되고, 영양분이 되는 단쇄(短鎖) 지방산 생산량이 약 25% 증가하고, 수소 가스 생산도 증가한다. 성인(成人)의 소화관에서는 식후(食後)에 대량의 수소(H)가 발생하여 혈액 속으로 흡수되어 호흡(呼吸)으로 배설된다. 메탄의 생산량도 사람에 따라 크게 달라, 전혀 생산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마늘이나 고기를 많이 먹으면 방귀의 냄새가 많이 나는 것은, 냄새의 원료가 소장(小腸)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大腸)의 장내(腸內) 세균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유산균이나 비피더스균은 식이섬유 등을 젖산, 프로피온산, 개미산 등 유기산으로 대사시켜 장(腸)내 pH를 떨어뜨리고, 장(腸)의 연동(蠕動) 운동을 항진시킨다. 반면 탄산가스는 산성화를 억제하고 연동운동을 억제한다. 설사(泄瀉)나 변비가 되는 것도 장내 세균의 기분(氣分)에 달려 있는 것이다.유아(幼兒)에게 젖을 먹이면, 호기(呼氣) 중 수소 농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이때 유아(幼兒)에서는 세포보호 효소인 ‘SOD’(활성산소를 소거하는 효소)나 헴 옥시게나제(heme oxygenase)가 증가하고 세포자살 억제분자가 유도되어, Ⅰ형 알레르기 반응이 억제된다. 모유(母乳)에는 항염증 및 항(抗)알레르기 작용도 포함되어 있다. 수소(H)는 장내(腸內)의 공생세균이 생산하는 ‘생리활성분자’로 시판(市販)되고 있는 ‘수소수’를 굳이 섭취하지 않아도 장내(腸內)에서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태고(太古)에서부터 공생세균과 함께 여행을 계속해 온 인류는 그들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 위생(衛生) 천국(天國)이라는 아파트공화국 대한민국에서도 코로나19의 공포증이 만연(蔓延)한 시점에서 ‘바이러스’라는 미생물과의 ‘공생관계’를 재고(再考)할 필요는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