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으로 배달된 시집을 옆집 개가 물어뜯고 있다제목은 찢겨져 나갔고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다시 제목이 반쯤 남아 땅 위에 너덜거린다한 끼에 9000원 짜리 독상참 흘리고 먹다 버린 첫 장 시인의 말이마당에 흩어져 있다귀퉁이 구겨진 시인의 얼굴은 웃는다시집을 먹어치운 개가 맛을 아는지양지 바른 마당에 앉아 꼬리를 흔든다배불리 먹었을까씹어 넘기다가 맛있는 부위만 골라 핥았을까유명한 견이니겉장만 보고 가려서 맛보았겠지간신히 찾아낸 이름 한 글자와 제목이대문 앞에 적멸처럼 앉아있었다* -조경선,`개가 물어뜯은 시집`*장인수 시집: 적멸에 앉다, 인용 시의 상황은, 고생 끝에 보낸 귀한 시집이 마당에 버려진 모양이다 그 시집을 개가 물어뜯고 있다. "첫 장 시인의 말이 마당에 흩어져 있다/귀퉁이 구겨진 시인의 얼굴이 웃고 있다/시집을 먹어 치운 개가 맛을 아는지/양지 바른 마당에 앉아 꼬리를 흔든다"　 요즘 시집의 남발 세태에 대한 비판과 안타까움이 담긴 세태시다. 　 물론 상상이 만든 시다.　 이것도 시집이라고? 이것도 시라고? 짐승들한테도 푸대접을 받다니! 밤을 새우며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고매한 시인들의 아름다운 시집인데… .　 "간신히 찾아 낸 시인의 이름 한 글자와 제목이/대문 앞에 적멸처럼 앉아 있었다"　 마지막 귀절, 찢어진 시집이 "적멸처럼 앉아 있었다"가 이 시의 묘미이다.　 시집과, 시들이 남발? 되고 있는 세상이다. 필자에게도 하루에도 몇 권씩 귀한 시집들이 온다.　 고맙기도 하지만 솔직히 또한 부담도 된다. 그것은 귀한 시집 잘 받아 공부를 많아 한다는 답장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저자의 싸인이 없는, 시집의 경우는 저자에겐 대단히 송구하지만 답장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서명이 없는 책은 저자의 진정성 있는 마음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농장의 작가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라는 에세이에서 모든 작가는 허영심과 이기심 때문에 글을 쓴다고 했다. 　 딱 맞는 지적이다. 필자부터 이제 한갓 허접쓰레기 같은 허영심과 이기심 같은 것들 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