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하신 부처님의 맨발억새들의 하얀 발에는파란물이 들어하늘을 이고 있다우주의 그물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어무한대로 펼쳐진다 -송현숙,`억새` 송현숙 시인은 제주도에 산다. 성균관 대학을 졸업하고 중고등 학교 교사를 오래 역임했다　 시인은 최근에 `아버지의 연못`이라는 시집을 상재 했다. 시가 맑고 깊고 따뜻하다. 가을이 깊어 산에 들에 흔들리는 억새 풍경이 가을을 물들인다.　 억새의 `하얀 발`도 아름다운 감각적 표현이지만, 억새를 보며 열반 하신 부처님의 맨발을 떠 올린 탁월한 상상력은 더 매력적이다. 세상의 허접쓰레기 같은 욕망을 다 벗어버린 열반에 드신 부처님의 맨발! 그 은발의 억새 꽃! 그 하얀 발에 가을 하늘이 파란 물감을 색칠 했단다. `억새 꽃`을 `우주에 펼쳐진 그물!`로 보는 시인의 뛰어난 우주적 감각도 놀랍다.　 좋은 시인에겐 망원경 같은 우주적인 감각도 필연적 요소인가 보다.　 가을이 깊어 간다. 경주의 가을은 더 색을 쓰며 풍성하다. 김현승시인의 `가을의 기도`가 생각나게 하는 고도 경주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나를 채우소서/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시간이 투명한 물처럼 흘러간다. 하루하루가 낯선 꿈처럼 무슨 환상처럼 흘러간다.　 누군가 나에게 질문 한다. 살아오면서 언제가 가장 행복했느냐고? 30대? 60대? 나는 답한다. 　 `바로 오늘`이라고. 오늘이 내 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그렇다. 시에도 삶에도 중요한 것은 진실이고 감동이다. 억새꽃을 `열반 하신 부처님의 맨발`로, 또한 `우주에 펼쳐진 그물`로 보는 송시인의 탁월한 감각에 느낌표를 주고 싶은 이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