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발생한 내외국란에는 박포의 난, 이시애란, 임진왜란, 인조반정, 병자호란, 이괄의 난 등이 있었다. 박포의 난을 평정한 공신을 좌명공신이라 하고, 이시애란 평정에 유공한 공신을 적개공신이라 하며, 임진왜란에 공을 세운 공신은 선무공신이라 한다.　 광해군 5년에 임해군 옥사를 다스린 공신은 익사공신, 인조반정 유공자는 정사공신 등으로 녹훈되었다. 이들 공신들은 대부분 부조지전(不 之典)을 받았던 것이다. 이 중에서도 선무공신은 원종공신을 포함하여 그 수가 많았다. 임진왜란은 많은 국민이 희생된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1592년(壬辰) 4월 13일, 부산에 상륙한 일본군은 조총을 쏘아대며 파국지세로 북상했다. 신무기 조총의 탄환이 바람을 탄 우박처럼 날아와서 조선의 궁시(弓矢)는 상대조차 될 수 없었다. 부산첨사와 동래부사가 이끄는 군사들을 차례로 격파하고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계속 북상하였다.　 육전에서 폐전이 거듭되자 심지어 관군은 도망가고, 조정 신료들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자 민심 또한 이반하고 있었다. 일본군의 만행을 좌시할 수 없어 부모 형제를 지키고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경주지역에도 수많은 의병(義兵)이 창의하여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것이다.　 백이소공은 25세부터 붓을 놓고 무술을 배우기 시작하여, 무예가 정묘하였고, 마상에서 달리며 활 쏘는 법을 익혔으며, 갑오년에 무과에 급제하여 선략장군 훈련원 봉사에 제수 되었다. 　 왜군이 파죽지세로 순식간에 울산 경주의 여러 진이 와해되었을 때, 공은 향민들이 숨어 있는 산중으로 쳐들어오는 적을 막기 위해 집의 하인 6, 7명을 데리고 적을 향해 활을 쏘아 막으면서 적의 수급 30여급을 베었다. 적들이 공의 무술에 두려워 감히 입산하지 못하였다. 　 정유년에 왜적들이 열박재에 머물면서 사방으로 나가 침략했을 때, 공은 향병을 거느리고 나가 격살하니 왜적들이 궤멸하여 흩어졌으나 공도 몸에 탄환을 맞아 온몸에 상처가 심했다. 이해 가을에 왜적들이 다시 쳐 들어와서 조용히 치료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공은 강개하여 모부인께 고별의 인사를 올렸던 것이다. "살아서 해야 할 세 가지 일 중에 첫째가 의(義)이 옵니다. 이 도적들을 죽이지 않고 어찌 임금과 어버이 섬김을 양전(兩全)케 하겠나이까? 강한 쇠뇌와 예리한 칼로 남김없이 무찌르겠습니다. 뒤에 몸이 비록 불행하여 죽는 한이 있더라도 무슨 여한이 있겠습니까. 허락해 주십시오" 하니 모부인께서도 의롭게 하락하였다.　 공은 마침내 칼을 가지고 말을 몰고 창암으로 직향하니 병사와 부윤이 애써 말리며 말하기를 "탄 맞은 상처가 아직 완치되지 않았는데 어찌 가벼이 움직이려 하느냐?"했다. 공은 "상처 비록 아물지 않았으나 마음은 오히려 밝다"하면서 달려가 언덕에서 적을 향해 활을 쏘니 적들이 시위 소리만 듣고도 쓰러졌다. 그러나 공이 탄 말이 먼저 총탄을 맞고 쓰러지니 적장이 위협해 호령하며 항복하라 했다. 공은 분하여 꾸짖다가 장렬하게 숨을 거두었다. 순조 갑술 10월 12일에 통정대부 병조참의에 증직되었다. 　 이와 같이 백이소공이 임진왜란에 발분하여 위민보국으로 귀중한 목숨을 받친 정충대절은 만고에 잊을 수 없는 충절이기에 충신열사의 고귀한 희생을 숭모하며, 건실한 국가관과 정의로운 시민정신을 갖게 하는 것은 후세인의 마땅한 도리가 아닐 수 없다. 　 공의 의로운 죽음에서 삶의 대의(大義)가 어떤 것인가를 깨닫고 실행할 수 있는 이념과 정신은 오늘날 보수와 진보의 이념이 다투는 혼란한 시기에서 볼 때, 위민보국을 위해 마땅히 배워야 할 교훈이라 생각해 본다. 그래서 오향 경주가 더욱 경사스러운 고을로 자랑스럽기만 하다.